
guard는 ‘보다, 감시하다, 지키다’라는 뜻을 가진 게르만계 어근 ‘ward , wer’에서 유래했으며, 프랑스어 ‘garder’를 거쳐 영어로 넘어왔다. 1890년대, 농구 초창기만 해도 포지션은 단순했다. 골대 근처를 지키는 ‘센터(center)’, 앞으로 나가 득점을 노리는 ‘포워드(forward)’,와 뒤에서 수비를 맡는 ‘가드(guard)’ 뿐이었다. 이때의 guard는 말 그대로 수비 위주의 뒷선 선수였다. 이후 드리블과 패스가 발전하면서 점차 공격 전개의 중심이 되었지만, 명칭 자체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가드’라는 말은 현대 농구의 화려한 이미지와 달리 어원적으로는 완전히 방어적이다. (본 코너 352회 ‘왜 농구(籠球)라고 말할까’ 참조)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가드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26년 1월9일자 ‘일점(一點)의차(差)로청년회군석패(靑年會軍惜敗)’ 기사는 ‘오분가량 남길때까지 이십일대이십일(이십일대이십일(二十一對二十一))의 동뎜이어서 관중의 가슴을 조리게하다가 최후의청년회" 으라잇포드"김진성(김진성(金振聲))씨의 민쳡한동작으로 뎍을 대할 때 심판인 조대코취 "피수어"씨는 파울이라하야 조대"레프트까드" 부뎐(부전(富田))의"드로우"가 드러가자 회복할 타임의여유가업게되매 청년회관군은 분하게"파울꼴" 한뎜을 빼앗기어 이십이대이십일(이십이대이십일(二十二對二十一))로 설욕책이 헛되히도라갓다 이것으로 대회의나흘동안 께임은 원만한성황리에 무사히마티엇더라’고 보도헀다. 기상서 ‘레프트 가드 (left guard)는 오늘날 포지션 개념으로 보면 좌측 가드, 즉 수비 중심의 후위 선수이다. 당시 농구는 라이트 포워드 , 레프트 포워드, 레프트 가드, 라이트 가드처럼 좌우 대칭 구조로 운영했다. 가드는 공격 설계자라기보다 수비 전담에 가까웠다. 이는 초창기 농구에서 가드가 득점과 완전히 분리된 존재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북한 농구에선 가드를 ’방어수(防禦手)‘라고 부른다. 이 말은 한자 어휘의 결합 규칙과 일본·동아시아 체육 용어 전통 위에서 매우 논리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북한이 방어수에서 굳이 한자어 ’방어(防禦)를 쓴 것은,단순히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전면에서 상대를 직접 상대하는 수비자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에 ‘-수(手)’를 붙은 것은 일본 근대 스포츠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본 코너 14회 ‘‘선수(選手)’에 ‘손 수(手)’자가 들어간 까닭은‘ 참조)
국제 농구가 이 포지션을 공격 전개의 중심으로 발전시켜 온 반면, 북한은 단어의 원뜻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가드는 득점을 설계하는 공격수가 아니라, 상대의 공격을 가장 먼저 막아내는 방어의 선두라는 인식이다. 그래서 가드는 ‘포인트 가드’가 아니라 ‘방어수’가 된다.
이 명칭은 북한 농구의 전술관과도 맞닿아 있다. 북한 체육 이론에 따라 공격보다 방어,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한다. 북한식 포지션 명칭을 보면 그 특징이 또렷하다. 포워드는 ‘공격수’, 센터는 ‘중앙수’로 기능이 직설적으로 규정된다. 가드 역시 예외가 아니다. 외곽에서 상대의 침투를 차단하고, 패스 길을 끊으며, 속공을 저지하는 역할이 우선이다. 볼을 오래 소유하며 개인 능력을 과시하는 존재는 경계의 대상이다.
방어수라는 표현이 군사적 뉘앙스를 풍기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북한 스포츠 언어는 군대식 사고와 자주 겹친다. 전위, 방어선, 침투 차단 같은 개념이 농구 코트로 옮겨온다. 가드는 공격의 화려한 출발점이 아니라, 적의 진입을 막는 최전방 병사다. 스포츠가 곧 전투의 은유가 되는 순간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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