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언론은 1960년대 이후 점프볼이라는 말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경향신문 1962년 8월14일자는 ‘大京(대경))과東大門(동대문)이「점프·볼」하고 있다‘는 사진설명식 기사를 전했다.
북한 농구에선 점프볼을 ‘조약공’이라 부른다. 이 말은 농구와는 어울리지 않는 외교 문서 같은 느낌마저 든다. 한자어 ‘조약(條約)’은 서로 조건을 맞추고 합의한다는 뜻을 지닌 말이다. 국가 간 조약에서 쓰이듯, 북한 언어 체계에서는 약속·합의·규범의 뉘앙스가 강하다. 여기에 ‘공’을 붙인 ‘조약공’은 말 그대로 공을 두고 약속된 방식으로 경기를 시작하는 절차를 뜻한다. 즉, 점프볼을 ‘뛰어오르는 동작’이 아니라 공정한 출발을 위한 제도적 행위로 해석한 결과다.
이런 인식은 북한 농구 용어 전반에 반영된다. 자유투는 ‘벌넣기’, 파울은 ‘개별선수반칙’, 드리블은 ‘곱침이’라고 말한다. 모두 기술이나 동작의 화려함보다는 규칙 위반과 그에 따른 처리, 혹은 반복적 기본 행위를 강조한다. 조약공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경기의 첫 순간부터 농구를 ‘경쟁의 장’이라기보다 ‘규율된 활동’으로 규정한다. (본 코너 1647회 '북한 농구에서 ‘자유투’를 왜 ‘벌넣기’라고 말할까', 1659회 '북한 농구에선 왜 ‘파울’을 ‘개별선수반칙’이라 말할까', 1660 '북한 농구에선 ‘드리블’을 왜 ‘곱침이’라고 말할까'참조)
흥미로운 점은, 조약공이라는 말이 경기 개시를 일종의 의례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 의례를 통해 양 팀은 심판과 규칙의 권위를 인정하고,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한다는 약속을 다시 확인한다. 점프볼이 역동적 장면이라면, 조약공은 질서의 선언에 가까운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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