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K와 홈 경기에서도 4타수 3안타 1볼넷 2득점으로 '영웅 군단'의 공격 첨병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결승 득점을 기록하며 11-3 낙승에 앞장섰다.
다만 이정후는 도루는 8개로 리그 20위에 머물러 있다. 1993년 입단 첫 시즌부터 무려 73개의 도루를 기록한 아버지를 감안하면 살짝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대목이다. 이 위원은 그해 삼성과 한국시리즈(KS)에서 7개의 도루로 상대 수비의 혼을 빼놓으며 시리즈 MVP에 올랐다.

그러나 이정후는 '100만 불짜리 다리'를 아끼고 있다. 아버지를 닮아 훔치는(?) 재주가 탁월하지만 발톱을 숨기고 있다. 아직 성장하고 있는 만큼 부상을 무릅쓰면서까지 무리하지는 않겠다는 복안이다. 대신 1~2년 후를 내다보고 있다.
3일 경기에서 이정후는 아버지의 질주와 빼어난 순발력을 보였다. 이날 이정후는 1회 볼넷을 골라낸 뒤 2루 도루를 성공시켰고, 상대 폭투 때 과감하게 홈으로 뛰어들어 선취점이자 결승점을 뽑아냈다. 안타 1개 없이 득점까지 성공한 장면은 현역 시절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였다.
당시 폭투는 길게 튀지 않아 홈 쇄도 타이밍이 어렵게 보였지만 이정후는 상대 방심을 놓치지 않았고, 여유있게 세이프가 됐다. 경기 후 이정후는 "(타석에 있던 마이클 초이스의) 볼카운트가 2-2여서 변화구 타이밍을 예상하고 여차하면 뛰겠다는 생각이었다"면서 "폭투가 멀리 튀지 않았지만 (뛸 타이밍이라고) 몸이 먼저 반응해서 홈까지 뛰어갔다"고 상황을 돌아봤다.

이에 대해 이정후는 일단 "도루는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사인이 나야 뛰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타이밍이 좋을 때는 감독, 코치님이 적극적으로 뛰라고 하신다"면서 "오늘도 1회 그린 라이트가 나와서 뛰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본인이 자제를 하는 부분도 있다. 이정후는 "도루를 하다가 만약 아웃되면 팀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면서 "그래서 함부로 뛰는 것보다 성공률을 높이는 쪽을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혹시 부상이라도 당하면 곤란하기 때문에 많이 안 뛰는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대도(大盜)의 피가 어디 간 것은 아니다. 다만 바람의 혈통다운 질주를 펼치기까지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정후는 "사실 아직까지 키가 자라고 있다"고 귀띔했다. 본격적으로 뛸 만한 몸을 만들기에는 살짝 이르다는 얘기다. 아버지 이 위원은 대졸 신인으로 성장이 완전히 끝난 뒤 프로에 데뷔했지만 이정후는 고졸 신인이다.

내년, 혹은 내후년이 본격적인 도루 시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정후는 "웨이트 훈련을 해서 힘을 키워 스피드를 올려야 한다"면서 "(성장이 끝나는)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더 많이 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감독은 "이정후가 타격과 선구안을 갖췄는데 도루 능력을 키운다면 리그 정상급 1번 타자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정후는 이미 3할 타율과 4할대 출루율을 기록 중이다. 장 감독의 말대로 도루 능력만 추가하면 리그 최고의 1번이 될 수 있다.
이정후는 이종범의 아들이다. '바람의 손자'는 아직 자라고 있고, 1~2년 뒤에는 아버지 못지 않은 질주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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