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감독은 27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 신한금융 한국탁구챔피언십 및 제 71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녀 단식 결승에 앞서 '레전드 매치'를 펼쳤다. 2017년 한국 탁구를 마무리하는 대회의 스페셜 이벤트였다.
특히 이 매치 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은퇴식이 열리는 상황.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따낸 두 감독의 매치는 그래서 더 의미가 있었다. 당시 유 감독은 남자 단식, 현 감독은 양영자와 함께 여자 복식 우승을 차지했다.
이벤트 경기였지만 이번 매치를 앞두고 둘은 자못 긴장감을 드러냈다. 최고의 선수였던 만큼 자존심이 만만치 않았다. 유 감독은 "현 감독이 현역 시절 훈련을 할 때도 날카로웠다"며 경계심을 드러냈고, 현 감독은 "팔이 좋지 않으니 오빠가 봐줄 것"이라면서도 "시간이 날 때 훈련을 해볼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1세트부터 팽팽한 접전이었다. 현 감독이 3점을 먼저 얻고 시작했지만 유 감독이 곧바로 5-5 동점을 만들었다. 현 감독이 특유의 날카로운 스매싱으로 9-5 리드를 잡았으나 유 감독이 기어이 10-10 듀스를 만들었다.
고비에서 현 감독이 승부를 걸었다. 현역 시절 명성을 떨친 전진 속공으로 잇따라 점수를 따내 13-11로 기선을 제압했다.
이벤트 경기인 만큼 재미있는 장면도 연출됐다. 현 감독은 랠리에서 맹공을 받아내던 유 감독이 탁구대에서 떨어져 있자 재치있게 네트 앞에 공을 떨궜다. 유 감독이 황급히 달려왔지만 받아내지 못했다. 이에 유 감독은 가랑이 사이로 서브를 넣으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경기 후 현 감독은 "1세트 때는 공격이 됐는데 2세트에는 체력이 떨어져서 들어가지 않더라"라고 웃었다. 유 감독도 "생각했던 것보다 현 감독이 세게 나와 당황했다"고 화답했다.
아쉬움도 남았지만 나중을 기약했다. 두 감독은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더 많은 기술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다"면서 "다음에는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둘은 이 매치에 앞서 "한국 탁구의 부활을 위해 나섰다"고 밝힌 바 있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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