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급소라는 말은 한자어이다. ‘급할 급(急)’과 ‘바 소(所)자가 결합해 만들어진 글자이다.급소라는 말은 조선왕조실록에서도 나오는 말일 정도로 오래전부터 한자문화권인 한국, 중국, 일본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했다. 영어로는 ’vital point’라고 쓴다.
소(所)자는 ‘곳’이나 ‘지역’, ‘지위’, ‘위치’, ‘얼마’와 같이 다양한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소(所)자는 ‘지게 호(戶)’자와 ‘도끼 근(斤)’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소(所)자는 본래 도끼로 나무를 찍는 소리를 뜻했던 글자였다. B.C 470년경의 시가집인 시경(詩經)에는 ‘벌목소소(伐木所所’)‘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여기서 소소(所所)란 ‘나무를 찍는 소리’라는 뜻이다. 그래서 소(所)자는 본래 나무를 찍는 소리를 뜻하기 위해 호(戶)자는 발음요소로, 근(斤)자는 의미요소로 사용한 것이다. 후에 ‘장소’나 ‘자리’라는 뜻으로 가차(假借假借)되면서 본래의 의미는 사라지게 되었다.
급소는 조금만 다쳐도 생명에 지장을 주는 몸의 중요한 부분이며 사물의 가장 중요한 곳을 뜻하기도 한다. 무술에선 아무리 단련해도 강해지지 않는 부위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원래는 의학이 아닌 무술에서 쓰는 용어였으나 현대 의학에서도 이를 인정하게됐다. 급소는 좋치 않은 곳이라는 것과 동의어로 쓰인다.
사람의 몸에서 급소는 여러 곳이 있다. 주로 정수리, 단전, 관자놀이, 미간, 눈, 코, 입, 귀, 턱, 인중, 목, 울대뼈, 등 가운데, 겨드랑이 팔오금, 손등, 젖꼭지, 가슴 중앙, 늑골, 명치, 허리 배꼽, 옆구리, 사타구니, 허벅지 윗뼈, 뒤통수 등이 있다. 무릎 약간 위쪽, 다리오금, 정강이, 발등, 항문 부위와 남녀 생식기 부위도 급소에 해당한다. 사실상 큰 혈관이 흐리고 신경이 많이 있으며 부저질만한 뼈나 관절이 있는 것은 전부 급소인 셈이다.
급소를 가격해서 상대를 순식간에 제압하는 것은 태권도 등 무술에서 합리적인 방법일 수 있다. 턱이나 머리 등과 같은 인체 주요 급소를 공격하는 것은 판정없이 끝내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하지만 단련이 불가능하거나 회복이 불가능한 급소를 공격하는 행위는 반칙으로 규정한다. 후두부, 눈, 목, 사타구니 등 호흡기와 생식기만을 급소로 인정하고 이외의 부분에 대해선 공격을 허용하는게 일반적이다.
태권도에선 손기술과 발기술로 몸통과 머리부위를 공격하는 것이 허용되며 허리 아래 부위를 공격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과도한 금지행위를 한 선수나 지도자가 심판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심판은 노란카드를 들어 징계를 요청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경기운영본부는 해당 선수 또는 지도자의 금지행위에 대해 징계의 적절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 놓았다.
급소 부위는 다치면 후유증도 오래 남고, 성기능을 상실하거나 장애를 입게 될 수 있다. 심지어는 생명까지도 위태로울 수 있으므로 급소 부분은 가급적 다치지 않는 것이 좋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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