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89] 태권도 품새에서 왜 ‘태극(太極)’이라는 말을 쓸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1-12-30 07:46
외국 태권도 수련생들이 태극 품새 동작을 배우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외국 태권도 수련생들이 태극 품새 동작을 배우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태권도 기본 동작을 처음 배울 때 한국의 전통을 상징하는 여러 단어들을 만난다. 태극, 금강, 고려 등이다. 이 말들은 모두 기본 기술인 품새를 얘기할 때 등장한다. (본 코너 567회 ‘ 왜 ‘품새’라고 말할까‘ 참조) 태권도 기술을 스스로 연마하는 품새에 이런 명칭을 쓰게 된 것은 한국적인 이미지를 살리기 위한 때문이다.

국어사전에는 태극에 대해 ‘중국 철학에서 우주의 근원이 되는 실체’, ‘하늘과 땅이 분리되기 이전의 세상 만물의 원시상태’로 풀이한다. 태극은 한자어이다. ‘클 태(太)’와 ‘극진할 글(極)’이 합쳐진 말이다. 역학인 주역에서 처음 정리된 개념으로 중국 송나라 때 집대성한 철학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대시대부터 태극을 상징물로 사용했다. 부채로 쓰는 태극선(太極扇), 훈장으로 쓰는 태극장(太極章), 베개로 쓰는 태극침(太極枕), 국기로 쓰는 태극기(太極旗) 등에 태극문양을 넣어 ‘태극’이라는 말을 쓴다.

원래 중국의 오래된 무술인 태극권(太極拳)에서부터 태극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무술에서 가장 기본적인 기술로 태극권이라는 말을 고대로부터 썼다는 것이다. 태권도에서 태극품새라는 말을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이다. 초창기 태권도 품새는 무덕관, 지덕관 등 각 관마다 서로 달랐다. 1960년대초 대한태권도협회가 창립되고 1970년대초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이 창설되면서 국가차원에서 태권도의 생활체육화를 위해 품새를 통일화 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당시 각지의 태권도인들이 모여 어린 수련생을 위한 ‘태극품새 8개’와, 성인 수련생을 위한 ‘팔괘품새 8개’를 정립했다. 1973년 문교부에서 초중고 체육교과 과정에 '태극품새'를 채택해 정식 유급자 품새로 지도하게됐다. 태극품새라는 말은 태권도가 세계화에 성공하면서 한국어 발음 그대로 영어로 ‘taegeuk poomsae’로 세계태권도인들이 사용한다.

이경명의 태권도 용어사전에 따르면 태극 품새는 팔괘의 순서에 따라 ‘~장(場)’으로 구분한다. ‘장(場)’자는 원래 제사를 지내기 위해 평평하게 골라놓은 ‘땅’을 의미한다. ‘흙 토(土)’와 ‘볕 양(昜)’자가 결합된 글자로 ‘마당’이나 ‘범위’를 나타내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태극 품새는 구체적으로 1장에서 8장에 이르는 팔괘의 의미를 담고 있다. 태극 1장은 팔괘의 ()’을 의미하며, 건이 만물의 근원되는 시초로 나타낸 것과 같이 맨 처음의 품새이다. 태극 2장은 팔괘의 ()’를 의미하며, 태는 연못을 나타내고 연못은 속으로 단단하고 겉으로는 부드럽다는 뜻이다. 유연과 절도 있는 동작을 익히는 수련과정이다. 태극 3장은 팔괘의 ()’를 의미하며, 불을 나타낸다. 태권도 품새 수련을 통해 불같은 정의심과 수련 의욕이 생겨나는 과정이다. 태극 4장은 팔괘의 ()’을 의미하며, 진은 우레를 나타내고 큰 힘과 위엄 있는 뜻을 지니고 있다. 옆차기와 같이 큰 힘을 나타냄과 동작의 변화로 응용을 수련하는 과정이다. 태극 5장은 팔괘의 ()’을 의미하며, 손은 바람을 나타내고 바람의 강약에 따라 위세와 고요의 뜻을 지닌다. 힘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수련단계이다. 태극 6장은 팔괘의 ()’을 의미하며, 감은 물을 나타내고 물은 끊임없는 흐름과 유연함을 뜻한다. 만물의 생명원인 물의 특성처럼 동작의 연결과 표현이 물 흐르듯 해야 한다. 태극 7장은 팔괘의 ()’을 의미하며, 간은 산을 나타내고 산은 육중함과 굳건하다는 뜻을 지닌다. 흔들리지 않는 수련의식과 기술습득으로 인한 힘의 무게를 지닐 수 있다. 태극 8장은 팔괘의 ()’을 의미하며, 곤은 음()과 땅을 나타내고 땅은 뿌리와 안정 그리고 시작과 끝의 뜻을 지닌다. 유급자의 마지막 품새이다.
태권도가 한국을 대표하는 무술이자 한국문화의 얼굴이 된 것은 태극품새처럼 깊은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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