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625] 태권도에서 왜 ‘통밀기’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2-02-09 10:20
태권도 통밀기 자세 [국기원 발간 태권도용어사전 사진]
태권도 통밀기 자세 [국기원 발간 태권도용어사전 사진]
통밀기는 태권도에 대해 잘 모르면 태권도 용어가 아니라 게임 용어인 줄 알 수 있다. 통밀기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통나무를 갖고 게임하는 것을 연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나무밀기라는 게임이 있다. 여러 사람이 두 팀으로 나뉘어 통나무를 밀어 경쟁을 하는 놀이이다. 긴 통나무 중앙을 기점으로 경계선을 그어 짝으로 나뉜 양팀이 각각 통나무 양쪽 끝에 서 있다고 신호와 함께 상대 방향으로 통나무를 민다. 일정 시간 안에 상대 쪽으로 통나무를 많이 민 팀이 이긴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즐길 수 있는 놀이이다.

하지만 태권도 용어 통밀기는 보조기술로서 준비동작의 하나이다. 두 손바닥으로 통나무를 미는 듯한 모습의 동작 때문에 통밀기라는 이름을 갖게됐다. 통밀기는 둥근 나무를 의미하는 통나무를 줄인 ‘통’과 ‘밀기’가 결합한 순우리말이다. 통밀기는 우리말 발음을 그대로 해 로마자로 ‘tongmilgi’라고 표기하고 영어로 통나무를 민다는 의미로 ‘pushing log’라고 말한다.
국기원 발간 태권도용어사전에 따르면 통밀기는 두 손을 아래에서 얼굴 앞까지 끌어 올린 다음, 두 손바닥을 몸의 앞쪽으로 밀어낸다. 마치 두 손으로 통나무를 부여잡고 밀 듯이 팔꿈치를 서서히 펴주며 동작을 해야한다. 실제 모양은 통나무를 미는 것이 아니지만 마치 절단된 통나무의 모퉁이를 움켜 쥐고 미는듯한 생각으로 두 손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 주로 나란히서기 자세에서 수행하며, 자신의 얼굴 앞에 있는 통나무를 앞쪽으로 밀어내듯이 천천히 힘주어 해야한다.

통밀기는 고려품새를 시작하기 전에 취하는 준비자세이다. (본 코너 590회 ‘태권도 품새에서 ‘고려(高麗)’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참조) 고려 품새는 유단자 품새답게 많은 여러 기술이 등장한다. 거듭옆차기, 손날바깥치기, 한손날아래막기, 칼재비, 무릎꺽기, 안팔목몸통헤쳐막기, 주먹표적지르기, 편손끝젖혀찌르기, 바탕손눌러막기, 팔굽옆치기, 메주먹아래표적치기 등이다. 이런 여러 동작을 하기에 앞서 준비자세를 통밀기 동작으로 해야한다. 안정된 자세로 통밀기 자세를 취하고 여러 동작을 연속적으로 해야 고려품새를 제대로 할 수 있다. 태권도에서 ‘고려형을 통과했다’는 말은 태권도 고수의 등용문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통밀기 준비자세는 그만큼 중요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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