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872] 왜 ‘물구나무서기’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3-01-12 06:55
물구나무서기 동작
물구나무서기 동작
학교나 공원 철봉대에서 물구나무 서기를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헬스장에서도 물구나무 자세를 하는 이들이 꽤 많다. 군대에선 간단한 도수체조를 마친 뒤 한 사람이 상대의 발을 잡아주고 물구나무서기로 앞 뒤로 왔다갔다하는 운동으로 몸을 풀기도 한다.

물구나무서기는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몸을 거꾸로 하여 서는 것으로 순 우리말이다. 물구나무를 어간으로 ‘서다’라는 동사를 붙여 ‘물구나무 서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영어로는 ‘handstand’라고 말한다. 일제 강점기시절에는 물구나무서기를 일본어로 ‘사카다치(さかだち·)’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물구나무의 어원은 불분명하다. 하지만 글자 구성으로 어떻게 단어가 만들어졌는지는 분석해볼 수는 있다. 물구나무의 ‘물’은 ‘돌다’는 뜻이다. ‘밥상을 물리다’, ‘물리치다’ 등에서 쓰이는 ‘물’은 ‘되돌리더’라는 의미로 쓰인다. ‘구’는 ‘거꾸로’와 통하는 말이다. ‘나무’는 ‘나무(木)’가 아니라 ‘넘이’, ‘넘기’의 변형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결국 ‘물구나무’는 ‘물구넘기’의 변형으로 ‘땅 짚고 돌기’라는 해석이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1960년대부터 물구나무서기라는 말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1966년 11월1일자 ‘기초체력(基礎體力) 테스트 A급생(級生) 체능시험면제(體能試驗免除)특전’ 기사는 ‘국(國)—중(中)—고(高)생들에대한 기초체력검사의 일환으로 실시된 A급 체력 테스트 기준은 남중(男中)의경우 1백 m=14초2 2천m=8분10초 제자리점프=40㎝(㎝) 투포환=8파운드 8m50 폐활량=3천㏄(㏄)이고 이밖에 철봉,평행봉,물구나무서기,밀어올리기(30㎏(㎏))등 9개종목이있다’고 전했다.
체조에선 몸 근력과 유연성을 기르기위해 물구나무 동작을 기본 운동으로 삼는다. 기본적인 물구나무는 무릎을 굽히지 않고 다리를 수직으로 펴는 것이다. 물구나무서기를 하려면 상체의 근력을 필요로 한다. 손을 바닥에 놓고 다리를 위로 향하게 한 자세로, 일반적인 서 있는 자세와는 정반대인 자세이다. 과거에는 허리와 다리가 유선형을 그리며 활처럼 구부러진 자세를 이상적인 자세로 여겼으나, 현대에는 허리가 구부러지지 않고 곧게 펴 있어야 완벽한 물구나무 자세로 평가받는다.

벽에 기대지 않고 물구나무를 서기 위해서는 팔의 힘이 강해야 하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도 중심을 잘 잡는 능력이 중요하다. 중심을 잘못 잡을 경우 몸이 기울어져서 쓰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할 수만 있다면 그대로 버티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운동이 된다. 또한 물구나무의 운동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물구나무 자세에서 팔굽혀펴기를 하는 운동도 있다.

요가에선 인간의 직립 생활에 따른 쏠림 현상을 해소하고 각 장기의 원래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법 중의 하나로 ‘물구나무서기 자세(시루시 아사나·shirsh asana)’를 즐겨한다. 요가 수련을 하는 수련생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해야하는 자세이기도 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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