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택 967] 왜 ‘톱스핀(topspin)’이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3-04-23 08:09
강력한 톱스핀을 구사하는 조코비치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력한 톱스핀을 구사하는 조코비치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장난감 팽이는 영어로 ‘spinning top’이라고 말한다. 위에 있는 축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돈다는 의미이다. 우리말 팽이도 도는 모양을 나타낸 의성·의태어인 ‘팽’과 접미사 ‘이’로 이루어진 말이다. 곧 ‘팽팽 도는 것’이라는 뜻이다. ‘톱스핀(topspin)’이라는 영어단어도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 쉽게 말해서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날아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테니스, 탁구, 골프 등에서 스포츠용어로 쓸 때는 공 윗부분을 강하게 비틀 듯 쳐서 공에 전방회전을 가하는 일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바운드 후에 공 진행방향이 빠르게 튀거나 굴러간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topspin’은 위라는 의미인 ‘top’와 빙글빙글 돈다는 의미인 ‘spin’의 합성어로 1700년대부터 공이 나아가는 방향으로 회전을 줘서 굴러가는 뜻으로 쓰였다. 테니스용어로는 1800년대 후반부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톱스핀은 반대말은 ‘백스핀(backspin)’이다. 백스핀은 뒤를 의미하는 ‘back’과 회전을 의미하는 ‘스핀’이 합성된 말로 볼이 역회전해서 날아가는 것을 뜻한다. (본 코너 951회 ‘테니스에서 왜 ‘백스핀(backspin)’이라 말할까‘ 참조) 톱스핀을 앞을 의미하는 ’fore’를 접두어로 한 ‘forespin’이라고 말하지 않은 것이 궁금하기는 하지만 구글 등 인터넷 검색 엔진에 그 유래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곳이 없어 확인이 어렵다.

톱스핀을 하려면 시계로 말하면 6시에서 0시 방향으로 라켓을 위로 올려쳐서 공에 회전을 준다. 테니스에선 1970년대부터 프로선수들이 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볼이 회전하면서 날아가다가 네트 부근에서 급격히 떨어져 높게 튀어 오르는 특성이 있다. 그라운드 스트로크나 패싱샷에서 안전성과 공격 각도를 확보해주는 잇점을 갖는다.(본 코너 945회 ‘테니스에서 왜 ‘스트로크(stroke)’라고 말할까‘, 964회 ’왜 ‘패싱샷(passing shot)’이라고 말할까‘ 참조) 바운드된 뒤 볼이 높고 멀리 튀어나가므로 상대방이 네트에서 멀리 물러나게 되거나 타점이 높아져 처리를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회전이 지나치면 코트 앞쪽에 떨어지는 실수가 나올 수 있고, 체력 안배도 쉽지 않다. 궤도가 낮으면 베이스라인가지 날아가지 못하고 서비스라인 근처에 떨어져 상대방 역습을 허용할 수 있다.
포핸드는 흔히 톱스핀으로 친다. (본 코너 947회 ’왜 ‘포핸드(forehand)’라고 말할까‘ 참조) 이는 톱스핀을 사용하면 공이 각도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게 되어 공이 네트에 걸리거나 아웃되지 않고 안전하게 코트 안에 떨어지게 만들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네트로 전진하면서 어프로치 샷을 칠 때처럼 특수한 상황에서는 종종 백스핀으로 치기도 한다.

현 세계테니스 남자단식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는 강력한 톱스핀를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위력적인 톱스핀으로 승부처에서 상대를 몰아붙이며 유리하게 끌어나간다. 그가 그랜드슬램 남자 단식 공동 최다 우승 및 호주 오픈 최다 우승, 마스터스 1000 남자 단식 최다 우승기록을 보유하게 된 것도 막강한 톱스핀의 위력에 힘입은 바 크다.

우리나라 언론은 1970년대 탁구 등에서부터 톱스핀이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경향신문 1973년 4월4일자 ‘5日(일) 開幕(개막)앞둔 사라예보의 韓國(한국)선수들 컨디션 최상·士氣(사기)드높아’ 기사는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참가를 앞둔 이에리사 등 한국 선수들의 컨디션에 대해 알리면서 톱스핀, 드라이브 등을 한국 선수들이 잘 구사한다고 전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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