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028] 탁구에서 왜 ‘커트’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4-02-20 06:55
한국여자탁구 복식 신유빈(왼쪽) 전지희가 커트를 구사하는 모습.
한국여자탁구 복식 신유빈(왼쪽) 전지희가 커트를 구사하는 모습.
탁구에서 ‘커트’는 상대의 공에 역회전을 걸어 넘기는 타법을 말한다. 드라이브, 스매시와 함께 탁구 경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술이다. (본 코너 1025회 ‘왜 탁구에서 ‘드라이브(Drive)’라고 말할까‘, 1027회 ’왜 탁구에서 ‘스매시’라고 말할까‘ 참조)

커트는 영어 ‘Cut’를 발음한 것을 우리 말로 옮긴 말이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고대 게르만어 ‘Kvtia’, 고대 노르웨이어 ‘Kutta’ 등 북유럽에 기원을 두는 말로 모두 칼로 자른다는 의미를 갖는다. 고대 영어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중세 영어부터 ‘Cut’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야구용어 전문가 폴 딕슨의 ‘’딕슨 야구사전‘에 의하면 ’Cut’는 마치 칼로 예리하게 베는것 같은 방법으로 타구를 하는 것을 일컫는 뜻으로 1918년부터 사용했다. 보스턴 포스트지는 1918년 7월11일자에서 ‘건장한 슬러거 베이브 루스가 유명한 ’cuts’ 스윙으로 볼을 센터 필드로 넘겼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언론은 탁구에서 ‘커트’라는 말을 일제강점기 때부터 사용했다. 동아일보 1934년 5월13일자 ‘전조선여자탁구에 이전곽양(梨專郭孃)이 우승’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全朝鮮女子卓球(전조선여자탁구)에 梨專郭孃(이전곽양)이優勝(우승) 공전에 대성황리에 막을닫어 家庭婦人(가정부인)의妙技(묘기)에熱狂... (급) 커트로 善戰(선전)하나 實力(실력)의 差(차)라 할수없엇다...’고 전했다.

사상 첫 남북단일탁구팀이 출전한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북한 선수들이 ‘커트’를 ‘깎아치기’라고 말해 혼란을 겪었다. 북한 선수들은 영어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억양도 북한식으로 말해 우리 선수들이 알아듣는데 어려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커트는 라켓을 약간 눕혀서 공의 밑을 문지르듯이 하여 역회전을 주는 타법으로, 수비할 때 많이 사용한다. 상대 코트에 떨어진 공은 별로 튀지 않거나 오히려 네트 쪽으로 가는 경향이 있어 이러한 성질을 잘 알고 대비해야 한다. 포핸드 커트에는 쇼트 커트 타법과 롱 커트 타법이 있다. 어느 경우든 왼발을 약간 앞으로 하고 무릎과 팔꿈치를 약간 구부린 자세를 취한다. 쇼트 커트에서는 아주 짧은 백스윙으로 공을 비껴 쳐 보내도록 한다. 롱 커트는 백스윙을 크게 하여 오른발의 연장선에서 공을 라켓에 얹어 밀어내듯이 보낸다. 이 커트 타법에서는 허리의 회전이 중요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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