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에서 속공은 ‘전진속공’이라고 표현한다. 한자어로 ‘앞 전(全)’ ‘늘어놓을 진(陳)’ ‘빠를 속(速)’ ‘칠 공(攻)’을 쓴다. 탁구대 가까이에서 상대 공을 재빨리 받아 공격하는 일을 뜻한다. 전진과 속공은 모두 조선왕조실록에도 자주 쓰인 한자어이다. 전진은 조선왕조실록에 101회나 검색되며, 속공은 선조 임금 실록에 1회 나온다.
전진속공형 선수는 주로 평면 러버를 사용하며, 전진에서 자세를 잡고 상대방의 공을 재빨리 받아쳐 점수를 획득한다. 이때 되도록 공에 회전을 걸지 않는다. 또한, 3구째에 공격하는 등 빠른 단계에 공격을 시도하여 랠리를 오래 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재빨리 공을 받아치는 반사 신경과 순발력, 득점력이 있는 서비스가 필요한 전술이다.
과거 아시아의 전진속공 탁구와 유럽의 올라운드 탁구가 대비되는 모양새였다. 탁구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유럽과 아시아 탁구간 대결의 역사라고 할 수도 있다. 헝가리, 영국 초기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던 국가들로부터 한국, 중국, 일본, 등으로 영향력이 나눠 지면서 유럽과 아시아 탁구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각자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유럽은 귀족들의 실내 놀이 문화의 그림자가 남긴, 다소 유희적인 스타일이 상당 기간 동안 유지되어 왔다. 그러면서 뒤로 많이 물러나기도 하고 체력과 팔 길이에 의존한 회전 위주의 올라운드 플레이가 오랜 세월 유행했다.
그에 반해 한국, 중국,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유럽의 회전 탁구에 대항하려면 숏핌플 러버 등 변화를 줄 수 있는 러버를 가지고 타이밍을 빼앗는 탁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실제로 중국의 장가량, 한국의 현정화, 김기택 등 많은 선수들은 전진속공형 전형으로 스웨덴의 발트너, 페르손 선수들과 맞섰다.
세계탁구 최강 중국은 타 국가와 달리 점착성이 높은 러버를 사용하며, 어린 선수들이 탁구를 시작할 때에는 스피드가 낮은 점착 러버를 가지고 탁구를 배우다 보니 탁구대에 바짝 붙어서 타구하게 됐다. 즉 중국 탁구는 ‘정점에서 친다’라는 한국의 흔한 격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데, 그러다 보니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서지 않으며 탁구대에 바짝 붙어 공격하는 전형을 갖추게 됩니다. 과거 왕타오, 덩야핑 선수의 전형이 어떻게 보면 현재의 중국 탁구를 만드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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