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182] 왜 ‘퍼펙트 골드’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4-08-18 07:16
김우진이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 결승전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에서 김제덕, 이우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과녁을 향해 활을 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김우진이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 결승전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에서 김제덕, 이우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과녁을 향해 활을 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한국 양궁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전 종목 석권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면서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의 지원이 재조명받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대한양궁협회 회장 자격으로 이번 올림픽 주요 경기를 관중석에서 직접 응원하고 선수들의 멘토 역할을 자처하는 등 ‘한국 양궁의 퍼펙트 골드 신화’를 뒷받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퍼펙트 골드(Perfect Gold)라는 말은 원래 양궁 용어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당초 이 말은 운동 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지지 않고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여 금메달을 따는 일을 뜻한다. 하지만 현재는 마치 양궁 용어인 것처럼 쓰이는 말이 됐다. 전 체육언론인 오도광씨가 쓴 이야기 한국체육사 양궁편(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 발간)는 제목을 ‘퍼펙트골드로의 장정(長征)’이라고 지었을 정도로 이 말은 널리 쓰인다.
퍼펙트 골드라는 말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여자 양궁 김경욱이 양궁 과녁 한 가운데인 골드 중심(지름 1cm)을 명중시키자 장내 아나운서가 “퍼펙트 골드 때문에 부서진 렌즈를 갈아 끼워야 하니 경기를 잠시 중단한다”고 방송해 생겼다. 원래 양궁 용어에는 골드(Gold)라는 말만 있다.

골드는 표적지 한 가운데인 노란색 부분(지름 12.2cm)을 가리키는 말이다. 애틀랜타 올림픽 때 처음으로 박진감 넘친 경기 중계를 위해 골드 중심 지점에 구멍을 뚫고 첨단카메라를 설치했다. 이 때 김경욱이 두 번씩이나 골드의 중심에 맞혀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했던 것이다.

양궁 표적지는 노란, 빨강, 파랑, 검정 그리고 흰색 고리로 5가지 색상의 득점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안쪽의 노란색 고리는 10점과 9점, 빨간색 고리는 8점과 7점, 파란색 고리는 6점과 5점, 검은색 고리는 4점과 3점, 가장 바깥쪽의 흰색 고리는 2점과 1점을 의미한다. 점수 경계선에 맞으면 둘 중 더 높은 점수로 인정된다. 특히 10점 영역은 안쪽 원에 맞으면 엑스텐(X-10), 바깥 쪽 원에 맞으면 텐이라고 말한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우리나라 언론은 퍼펙트 골드라는 말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퍼펙트 게임’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한겨레신문 1994년 6월13일자 ‘한승훈 세계최초 퍼펙트경기 남30m서 36발 모두 10점 명중…국제대회 첫 기록’이라고 보도했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Gold’ 어원은 노란색을 의미하는 인도 유럽어 ‘Geld’이다. 독일어를 거쳐 고대 영어서부터 현재 철자대로 사용했다. 영어 ‘Gold’를 한자어 ‘금(金)’으로 번역한 것은 아시아에서 서양문물과 함께 현대스포츠를 먼저 받아들인 일본이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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