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는 숫자로 이 우승을 평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The Open은 다르다. 이 대회는 누가 얼마나 많은 버디를 했는지보다 그 승리가 쌓아온 역사와 전통 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가 중요하다.
중중무진(重重無盡) - 겹겹이 쌓이고도 끝이 없다는 뜻의 이 말은 불교 화엄사상(華嚴思想)에서 유래한 것으로 『화엄경』에 등장하는 개념이다.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끝없이 확장되며, 그 쌓임이 곧 완성임을 가르친다.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은 1951년, 2019년에 이어 이번 2025년, 3번째 The Open 개최지가 되었다. 북아일랜드 해안을 따라 펼쳐진 이 코스는 링크스 골프의 정수로 알려져 있다. 구릉과 벙커, 변덕스러운 바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시간이 담긴 곳으로 이곳에서 펼쳐지는 The Open은 단순한 대회가 아니다.“This is The Open.” 그들은 굳이 ‘브리티시 오픈’이라는 이름을 덧붙이지 않는다. 그저 ‘The Open’이면 충분하다. 그 안에 전통과 품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스코티 셰플러는 이번 우승으로 자신의 이름을 스코어카드에 새긴 것이 아니라 153년을 이어온 역사 위에 새긴 셈이다. 링크스 코스 위에서 펼쳐진 이번 대회에서 그의 플레이는 화려함보다 안정감, 화제성보다 꾸준함으로 가득했다. 그는 자신의 샷을 과시하지 않았고, 상황을 지배하려 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리듬과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했다. 그 결과가 바로 역사 속 또 하나의 우승이었다.
The Open은 기록이 아니라 기억이다. 누가 이겼는지보다 그 우승이 어떤 의미였는지가 더 중요하다.
중중무진. The Open은 올해도 153번째의 층을 쌓았고, 스코티 셰플러는 그 위에 자신의 이름을 얹었다. 이런 대회를 보고 있으면 골프가 단순한 경기 이상의 무언가라는 걸 알게 된다. 한 타 한 타는 사라지지만 그 순간들은 전통의 일부로 남는다. 역사란 결국 겹겹이 쌓인 시간이고 그 위에 품격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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