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단은 지난달 25일 미국 원정 평가전 명단 발표 자리였다. 홍 감독은 "주장을 바꿀지 결정하지 않았다. 팀을 위해 어떤 선택이 가장 좋은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겉보기엔 조심스러운 표현이지만, "손흥민의 주장직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 해석되며 팬들 사이에 즉각 반발을 불러왔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북중미 월드컵을 불과 10개월 앞둔 상황, 선수단은 단합과 조직력 강화에만 몰두해도 모자란 시점이다. 그간 손흥민은 러시아·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끌고, EPL 득점왕에 오르며 한국 축구의 정신적 지주이자 세계적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그런 그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그것도 감독 스스로가 만든 셈이다.
반면 홍명보 감독은 달랐다. 선수 시절부터 강한 존재감과 카리스마를 앞세워온 그는, 지도자가 된 뒤에도 본인의 색깔을 드러내려는 성향이 뚜렷하다. 직설적이고 솔직한 리더십을 표방하지만, 그 솔직함이 오히려 불필요한 파장을 키운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번 손흥민 주장 논란 역시 ‘
'홍명보다운 행보'라는 냉소가 따라붙는 이유다.
결국 문제는 리더십이다. 감독은 본질적으로 선수들보다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이다. 선수들이 주인공으로 빛나도록 판을 짜고, 논란은 차단하며, 조용히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홍명보는 정작 나서지 말아야 할 자리를 스스로 열고 말았다.
손흥민은 여전히 팀의 얼굴이고, 세계가 주목하는 슈퍼스타다. 그 무게를 흔드는 발언은 팀에도, 팬심에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감독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듯한 인상만 남긴다.
감독은 주인공이 아니다. 주인공이 되려 하지 말고, 조용히 지도하며 팀을 지켜야 한다. 홍명보 감독이 이 단순한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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