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흐름은 단순한 운동 트렌드의 확장을 넘어 문화적 상징의 이동을 보여준다. 드라마 제작진이 러닝 장면을 즐겨 넣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달리는 행위는 등장인물의 심리 변화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다. 뛰는 리듬에 맞춰 흐르는 내레이션, 가쁜 숨 사이로 정리되는 갈등, 고독하게 이어지는 도시의 불빛들이 시청자로 하여금 집중감을 만든다. 말로 풀기 어려운 감정선을 장면 하나로 설명할 수 있다.
실제 사회에서 러닝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점도 드라마의 선택을 뒷받침한다. 주말이면 공원과 강변은 러닝 크루들로 붐비고, 올해 연말까지 전국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는 500여 개에 달한다. 참가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기록보다 ‘참가 경험’ 자체를 즐기는 문화도 자리 잡았다. 드라마는 이런 현장을 자연스럽게 반영해 캐릭터의 라이프스타일을 그리는 도구로 러닝을 활용한다. 과거 요가나 필라테스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 러닝이 그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이제 마라톤은 일시적 유행을 넘어 생활문화로 깊게 뿌리내렸다. 달리는 사람은 늘어나고, 달리는 이야기 또한 풍성해지고 있다. 러닝은 몸을 움직이는 행위를 넘어, 일상의 난관과 마음의 무게를 견디려는 상징이 되었다. 시청자가 드라마 속 인물의 달리기에 문득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 우리 역시 같은 길 위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전남 장성중 교사]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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