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가 정말 돈이 없는 걸까. 아니다. 롯데는 재정적으로 KBO 최상위권 구단이다. 지주사의 지원도 안정적이고, 관중 수입 역시 꾸준하다. 단순히 돈 문제로 FA를 포기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보수적인 투자 기조, 그리고 '성공하지 못한 계약'에 대한 트라우마가 조직 전체를 덮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롯데에 필요한 건 안전한 선택이 아니라 전력 보강이다. 더 큰 문제는 감독이 원하는 전력과 구단이 원하는 방향이 어긋난다는 점이다. 김태형 감독은 누구보다 즉시전력의 가치를 아는 지도자다. 두산 시절에도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조화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새 팀을 맡았다면, 당연히 필요한 퍼즐 조각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단은 한 걸음 물러섰다. 감독의 요청이 묵살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롯데가 정말 변화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감독만 바꿔서는 충분하지 않다. 감독이 원하는 시스템을 구단이 뒷받침해야 한다. 김태형 감독은 분명 뚜렷한 철학을 가진 지도자이고, 그 철학을 실현하려면 몇몇 핵심 FA 영입은 필수적이다. 구단이 그 요청을 거절한 채 시즌을 시작한다면, 실패의 책임은 감독에게만 덮어씌워질 수 없다.
김태형 감독을 데려온 것은 진짜 변화였는가, 아니면 보여주기식 이벤트였는가. 롯데는 그 답을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시간이 왔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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