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야구계를 달구는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안타 왕' 손아섭(37)의 거취다. 2025 시즌 종료 후 황재균이 "팀에 보탬이 안 된다면 떠나는 게 맞다"며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자, 시선은 자연스럽게 손아섭에게 향했다. 일각에서는 "레전드의 품격을 지키며 지금 은퇴하라"는 냉정한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과연 그에게 은퇴를 강요할 수 있을까?
손아섭은 우리가 알던 보통의 선수와는 결이 다르다. 그는 스타이기 전에, 땅볼을 치고도 1루까지 전력 질주하며 헬멧이 벗겨지던 '독종'이었다. 통산 2,618안타. KBO 역사상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걸어온 그에게 3,000안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평생을 야구에 미쳐 산 한 남자가 경력 마지막에 달성하고 싶은 '성배'와도 같다. 제3자가 "그만하면 됐다"고 말하기엔 그가 흘린 땀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 황재균의 은퇴가 아름다운 퇴장으로 칭송받는 이유다. 하지만 모두가 화려한 조명 아래서 작별 인사를 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마지막까지 진흙탕 속에서 배트를 휘두르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손아섭에게 3,000안타는 개인의 영광을 넘어, '노력하는 천재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국 야구의 이정표다. 그가 1루로 전력 질주하다 엎어지는 모습이 예전만큼 빠르지 않다고 해서, 그 간절함의 가치까지 폄하될 수는 없다.
손아섭은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그는 단 한 번도 쉽게 야구를 해온 적이 없다. '자이언츠'의 심장이었고 '다이노스'의 리더였던 그가 지금 원하는 것은 화려한 은퇴식이 아니라, 단 한 번이라도 더 타석에 설 수 있는 기회다.
그의 은퇴 시점은 타인이 정하는 것이 아니다. 방망이를 돌릴 힘이 소진되었을 때, 본인이 스스로 "여기까지다"라고 말할 권리가 그에게 있다. 전무후무한 2,618개의 안타를 때려낸 그에게, 우리는 냉소 대신 그가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는 작은 자리를 내어줄 여유가 필요하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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