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악스러운 발언이다. 젊은 스타가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각오를 다지는 장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발언이 반복되고, 그것이 선수의 '정체성'으로 굳어지는 순간 문제는 달라진다. 이 말은 패기보다는 서늘한 위기감을 먼저 불러일으킨다. 팬들은 그의 투지에 박수를 보낼지 모르지만, 냉정하게 말해 이는 자신의 천재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치기 어린 착각'에 불과하다. 팀과 한국 야구 전체의 입장에서 볼 때 독보적인 재능을 부상의 위험에 무방비로 던지는 것은 열정이 아닌 무모한 도박에 가깝다. 2024년 오타니 쇼헤이가 월드시리즈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도루 중 어깨 아탈구와 관절와순 파열이라는 중상을 입고 결국 수술대까지 올랐던 사례는, 단 한 번의 무리한 슬라이딩이 선수 생명을 얼마나 위태롭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가장 뼈아픈 교훈이다.
김도영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자신의 가치가 결코 발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이미 KBO 리그를 지배하는 압도적인 배트 스피드와 정교한 타격 기술, 그리고 경기의 판도를 바꾸는 장타력을 모두 갖춘 '천재 타자'다. "도루를 안 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은 본인이 가진 그 찬란한 타격 재능과 야구 지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같다. 도루는 그가 가진 수많은 무기 중 하나일 뿐, 그의 야구 인생 전체를 대변하는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또다시 주루 플레이로 큰 부상을 입어 긴 재활의 터널에 갇힌다면, 그 공백은 팀에게나 팬들에게나 회복 불가능한 비극이 될 것이다.
김도영에게 필요한 것은 앞만 보고 달리는 맹목적인 혈기가 아니라, 자신의 몸을 아끼고 관리하는 영리한 절제다. 도루에 집착하기보다는 확실한 상황에서만 뛰는 효율적인 주루를 선택하고, 위험한 충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과감히 멈출 줄 아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팬들이 보고 싶은 것은 단기적인 도루 기록이 아니라,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건강하게 그라운드를 누비며 한국 야구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김도영의 모습이다. "몸을 사리지 않겠다"는 위험한 고집보다는 "건강하게 풀시즌을 소화해 팀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성숙한 책임감이 그를 진정한 최고의 선수로 만들 것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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