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가 다시 한번 벼랑 끝에 섰다. 현재 순위는 8위, 가을야구의 마지노선인 5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두산과의 승차는 6.5경기이다. 정규시즌 종료까지 거인 군단에게 남겨진 기회는 이제 단 54경기뿐. 산술적인 수치만 놓고 본다면 앞을 가로막은 언덕은 아득히 높고,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희망의 불씨는 희미하게 꺼져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직구장을 가득 채우는 거인들의 팬은 아직 절망을 말하지 않는다. 그들의 기억 속에는 전반기를 7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마감하고도 기어이 판도를 뒤집어엎었던, 2017년의 뜨겁고 찬란했던 그해 여름이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적의 드라마는 비단 롯데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2025시즌 삼성 라이온즈 역시 8위까지 추락한 절망적인 조건을 딛고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가을야구 진출권을 거머쥐었던 바 있다. 삼성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넘어 플레이오프 무대까지 뒤흔드는 '사자 군단'의 저력을 입증했다.
지금의 롯데에게 필요한 것 역시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정교한 승률 계산이나 소극적인 경기 운영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오직 9년 전 부산 전체를 뜨거운 광기 속에 몰아넣었던 그 통제 불능의 야성이다. 마운드 위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선발진의 헌신과, 결정적인 순간 담장을 넘겨버리는 중심 타선의 폭발력이 결합되어 당시의 미친 연승 페이스를 다시금 현실로 불러와야만 생존의 문이 열린다.
6.5경기 차라는 거대한 절망의 벽이 눈앞을 가로막고 있지만, 기적은 언제나 불가능을 확신하던 순간에 터져 나왔다. 54경기를 남겨둔 거인 군단이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할 필사적인 가을야구 사냥을 할지 주목된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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