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별 우승자와 선수들의 성적을 정리하다 궁금증이 생겼다. 때마침 들어온 매치플레이 우승자에 대한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에는 흥미로운 사실도 담겨있었다.
골프는 기본적으로 개인전이다. 매치플레이 방식이든 스트로크플레이 방식이든 게임 '룰'에 차이가 있을 뿐 개인의 능력을 겨루는 점은 다르지 않다. 그러나 매치플레이 챔피언이 시즌 상금왕에 오른적이 없다. 적어도 KPGA투어 무대에서는 그렇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4일간 치러지는 경기 내내 스코어를 총합, 승자를 가리는 방식(72홀 스트로크 플레이 방식)이 아닌 18홀 라운드 중 승리한 홀 수를 가지고 승자를 가린다. 매 경기가 눈앞에 있는 상대를 제압해야 다음 라운드에 나설 수 있는 단두대 매치다.
올해 KPGA투어 '맞짱왕'의 타이틀은 이상엽이 가져갔다. 황인춘과 결승전 끝에 거짓말같은 역전드라마를 그려내며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상엽은 13번 홀을 마친 이상엽은 다섯 홀을 남겨놓고 네 홀을 지고 있었다. 한홀이라도 더 내주면 그대로 패배. 그러나 이상엽은 끝내 승부를 뒤집었다.

이런 '영웅담'같은 승부의 주인공이라면 시즌 상금왕은 떼논 당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른것 같다.이상엽이 아닌 선배 챔피언들의 기록이지만 역대 11번의 KPGA투어 매치플레이 우승자 중 시즌 상금왕에 오른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 지난 2010년 대회에서 우승한 강경남이 시즌 상금랭킹 2위에 오른 게 가장 높은 순위다.
사실이 그렇다. 매치플레이는 한 홀 한 홀이 승부다. 매홀 승부가 이어지지만 홀에서의 승부는 그린을 떠나면서 그걸로 끝이다. 스코어카드에 남는 건 타수가 아닌 승리 또는 패배뿐이다.
이상엽은 "일반 스트로크플레이에서는 OB가 나면 대회가 끝날때까지 그 스코어를 안고 가야하지만 매치플레이 방식은 다르다. 한 홀에서 무너져도 다음 홀에서 이기면 본전이다"고 설명했다.
이상협은 황인춘과의 매치플레이 대회 결승전에서 3개의 OB를 기록했다. 그리고도 우승했다. 매치플레이 방식이어서 가능했던 우승이었다.
재미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매치플레이 우승자가 같은 해 스트로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확률이다. 그 동안 KPGA투어에서는 11명의 매치플레이 챔피언이 나왔다.
그러나 11명 중 같은 해 스트로크 플레이방식으로 치러진 다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홍순상이 유일하다. 2011년 매치플레이 대회에서 우승한 홍순상은 시즌 2승을 거두며 그 어려운 걸 해냈다. 매치플레이 대회 우승자들이 실력이 부족했던 게 아니다. 매치플레이 대회 우승자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2000년 대회때는 임진한이 우승을 차지했고 2001년의 우승자는 강욱순이었다. 2010년에는 강경남도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고 2012년 우승자는 김대현이었다.
매치플레이 방식에만 강했던 게 아니라 이들은 스트로크 플레이 대회에서도 수없이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스타선수들이다. 매치플레이 경기에서 우승하느라 에너지를 다 써버렸는지 유독 매치플레이 우승한 해에는 대부분의 스타선수들이 다른 대회에서는 우승컵을 수집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다.
올해는 어떨까. 올해대회 우승자인 이상엽은 현재 상금랭킹 4위에 올라있다. 매치플레이 챔피언의 첫 상금왕 등극의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는 순위다.
이상엽은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제 22살인 올 시즌 최연소 챔피언의 패기 보다는 여유와 차분함이 느껴진다.
흔히 매치플레이는 이변이 많다는 말을 한다. 당일 컨디션 또는 맞대결하는 상대에 따라 승패가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치플레이 방식의 경기에서는 흐름과 경기운영 그리고 강인한 정신력이 중요하다.
반면 스트로크 플레이는 꾸준한 플레이가 관건이다. 꾸준한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게 강인한 정신력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매치플레이 때 필요한 강인한 정신력과는 조금 다르다. 상대와의 경쟁이 아닌 스트로크플레이는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일대일 승부는 언제나 흥미롭다. 쉽게 예상하기 힘든 게 매력이다. 눈앞의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매치플레이 챔피언의 아우라는 남다르다.
12번째 KPGA투어 맞짱왕이 올 시즌 상금왕에 오를 수 있을 지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거리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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