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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이 다른 멘털…‘랭킹 1위’ 리디아 고를 압도한 박인비

2016-08-21 01:59:19

그래픽=정미예기자
그래픽=정미예기자
[마니아리포트 이은경 기자] 리우올림픽 여자 골프 최종 라운드의 화두는 ‘신구 랭킹 1위의 대결’이었다.

현재 세계랭킹 1위인 리디아 고(19, 뉴질랜드)와 전 랭킹 1위 박인비(28, KB금융그룹)가 정면대결을 했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3라운드까지 11언더파 단독 선두였고, 리디아 고는 여기에 2타 뒤진 공동 2위였다. 챔피언조에서 함께 출발한 둘은 금메달을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시작했다.

결과는 박인비의 완승이다. 박인비는 마지막 날 5타를 더 줄여 16언더파로 금메달을 따냈다. 리디아 고는 4라운드에서 기복 있는 플레이를 한 끝에 11언더파로 극적인 은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그래픽=정미예기자
그래픽=정미예기자

박인비와 리디아 고는 장점이 비슷하다. 침착한 경기 운영, 날카로운 어프로치 샷, 컴퓨터 퍼트까지 닮은꼴이다.

그러나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성적은 극과 극이다. 리디아 고가 4승을 올리며 다승 공동 1위에 올라 있는 반면, 박인비는 올해 우승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톱10 안에 들어간 대회가 두 차례에 불과하다. 허리와 손가락 부상 때문에 기권이 세 차례, 컷 탈락이 두 차례나 있었다. 국내 대회인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컷 탈락한 것까지 합하면 컷 탈락이 모두 세 번이었다.

박인비가 올림픽에 참가하겠다고 했을 때, 이런 이유 때문에 박인비의 우승을 점친 이는 많지 않았다. 해외 도박사이트, 스포츠 전문매체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리디아 고를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았다.

그러나 이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박인비의 무서운 집중력과 정신력이다. 박인비는 최근 두 달 여 동안 투어대회를 참가하지 않고 재활에만 전념하면서 올림픽을 준비했다.
재활과 함께 리우의 올림픽 골프 코스와 예측불허의 바람 등 환경이 비슷한 인천의 골프장에서 고강도의 훈련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인비가 올 시즌 투어 대회에서 극도로 부진을 거듭하면서도 올림픽에 ‘올인’했던 게 최상의 결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단순히 박인비가 시즌 운영 전략을 잘 짜서 금메달을 딴 건 아니다.

박인비는 퍼트 감각을 찾기 위해 부상 부위인 왼쪽 엄지손가락에 테이핑을 풀어버리고 올림픽에 임했다. 통증을 참아내며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또한 체력 문제도 정신력으로 이겨냈다. 박인비는 올해 기권과 컷 탈락이 잦았기 때문에, 리우올림픽 이전에 마지막으로 4라운드를 모두 소화한 대회는 4월 중순에 치른 롯데 챔피언십이었다. 4개월 만에 4라운드 경기를 치르면서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컸을 게 분명한데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이겨냈다.

박인비는 대회 후반부에도 전혀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3라운드에서는 강한 바람 때문에 박인비와 동반라운드했던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었지만, 박인비는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반면 리디아 고는 마지막 날 크게 흔들렸다. 리디아 고는 3라운드에서 단숨에 6타를 줄였다. 선두 박인비와 2타 차 공동 2위로, 역전 우승이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마지막 날은 초반부터 흔들렸다.

리디아 고는 4라운드 2번 홀(파4) 세컨드 샷을 그린 옆 해저드에 빠뜨려 벌타를 받았고, 3번 홀(파4) 버디 퍼트는 홀 바로 옆에서 멈춰버리는 등 이날 유독 짧은 퍼트를 자주 놓치며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박인비와 리디아 고의 기싸움은 4라운드 초반에 싱겁게 승부가 갈렸다. 박인비가 3~5번 홀 연속 버디를 잡으면서 리디아 고와의 격차를 6타 차까지 벌렸다. 오히려 중국의 펑샨샨이 4라운드 한때 리디아 고를 넘어서서 단독 2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리디아 고는 후반 라운드에서 박인비와 경쟁한 게 아니라 펑샨샨과 은메달 경쟁을 벌였다. 결국 18번 홀(파5) 운명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연장까지 가지 않고 은메달을 가져갔다.

2~3위 메달 후보들이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거듭하는 동안 박인비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안정감 있게 1위를 지켰다. 먼 거리 퍼트를 성공시킨 박인비를 향해 갤러리들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을 질러도 박인비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홀아웃 했다. 18번 홀에서 세컨드 샷이 벙커에 빠졌는데도 파 세이브를 하면서 마지막까지도 위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극한의 상황을 이겨내고 모든 걸 쏟아 부은 박인비는 금메달을 가져갈 자격이 충분했다.

이은경 기자 kyo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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