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염상섭 60주기…오류 5천곳 바로잡은 '삼대' 정본 출간

전경우 기자| 승인 2023-04-05 14:30
염상섭 사후 60주기에 출간된 '삼대'표지 [지식을만드는지식 제공]
염상섭 사후 60주기에 출간된 '삼대'표지 [지식을만드는지식 제공]
염상섭(1897~1963)의 장편 '삼대'는 문학평론가들이 '최고의 근대소설'로 꼽는 작품이다.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은 올해 염상섭 사후 60주기를 맞아 '삼대'를 오리지널 정본(定本)으로 출간했다.
그 동안 독자들이 읽어온 '삼대'는 대부분 정본이 아닌 개작이거나 정본이어도 오류가 많은 것이었다는 데서 착안했다.

'삼대'는 1931년 1월 1일부터 9월 17일까지 9개월간 조선일보에 연재된 소설이다.

일제강점기 조씨 가문 삼대(할아버지 조 의관, 아버지 상훈, 아들 덕기)의 서사를 통해 당대 정치·사회적 현실과 여러 계층의 삶을 그려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1천366쪽으로 방대하다. 학계가 인정한 정본에 255쪽의 곁텍스트, 831개의 주석, 신문 연재 당시 담긴 171컷 삽화, 1920년대 경성지도 등 희귀 자료와 해설이 수록됐다.
출판사는 조선일보 연재본을 저본으로 한 책 3종과 해방 후 작가가 개작한 내용을 저본으로 한 책 3종 등 6종을 비교해 원고를 완성했다.

원고 정리를 한 전승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차이를 확인하고 오류를 바로잡은 내용이 5천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고전과 현대 독자 시공간의 갭을 메우고자 활용한 것은 곁텍스트다. 주텍스트를 보완하는 '파라 텍스트'(para-texte)를 출판사는 이렇게 바꿔 불렀다.

염상섭 전문가인 김희경 박사가 1년간 집필한 곁텍스트에는 '이미지 편집자' 홍혜련 씨가 찾은 이미지를 결합했다.

홍 씨는 6개월간 각종 박물관과 기록원을 뒤졌고, 소설 속 모델을 특정하기 어려운 총기 이미지 하나를 찾는데도 고증을 거듭했다.

출판사는 주석에도 공을 들였다. 현대 독자가 모르는 없어진 옛말과 한자어, 사투리를 비롯해 실제 인명과 지명 등 모든 것에 주석을 달았다.

사전에 나오지 않는 '고쁘찜'(컵(고쁘)에 술이 가득한 모양), '주짜를 빼는'(난잡하게 굴지 않고 짐짓 조촐한 태도를 취한다), '볏뱃'(벼 몇백 섬, 곧 얼마 간의 재산) 등의 단어까지 충분한 설명을 더했다.

신문 연재 당시 화가 안석주가 그린 171컷의 삽화도 실었다.

연극배우이자 영화감독이기도 했던 안석주의 삽화는 카메라 앵글처럼 장면을 구현해 무성영화 흐름처럼 이어진다. 1931년 당시 문화와 생활상에 대한 고증 자료가 될 법하다.

책 표지는 류장복 화백이 6개월에 걸쳐 완성했다. 앞표지에는 조씨 삼부자를, 뒤표지에는 삼부자의 주변 인물들을 배치했다.

2018년 8월 시작한 '삼대' 복원 작업에는 32개 분야 50명의 스태프가 참여했다.

[전경우 마니아타임즈 기자/ckw86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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