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048] 탁구에서 왜 ‘시드’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4-03-16 04:53
한국 여자탁구 간판 신유빈, 전지희는 2020 도쿄올림픽에 시드를 받아 출전했다.
한국 여자탁구 간판 신유빈, 전지희는 2020 도쿄올림픽에 시드를 받아 출전했다.
시드는 국어사전에 올라있는 외래어이다. 영어 알파벳 철자로 ‘Seed’라고 쓴다. 원래는 씨앗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이다. 스포츠 용어로는 경기 운영상의 대진표 자리 배정을 한다는 뜻이다. 테니스, 축구, 탁구 등에서 토너먼트 경기를 앞두고 우수한 선수나 팀끼리 처음부터 맞붙지 않도록 대진표를 짜는 일을 말한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시드는 고대 인도유럽어로 씨를 뿌리다는 동사형 어근인 ‘Se-’에서 출발했다. 이 말이 영어 ‘Seed’와 독일어 ‘Saat’로 변형됐다. (본 코너 341회 ‘왜 시드(Seed)라고 말할까’ 참조)
시드라는 말은 테니스에서 처음 사용됐다. 테니스에서 시드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된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정원에서 씨앗이나 묘목을 배열하는 방식으로 선수 이름이 적힌 종이 쪽지를 정열해 토너먼트 사다리에 가장 높은 시드를 가진 이를 가장 낮은 이와 붙이는 방식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다른 하나는 랭킹은 팀이나 선수가 최고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을 영어로 ‘Concede’라고 말하는데, ‘cede’라는 단어가 씨앗을 의미하는 ‘seed’와 발음을 비슷하게 하면서 붙여졌다고 한다. 두 설 모두 어원으로 불확실하지만 얘깃거리로 구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탁구연맹(ITTF) 2023 규정집에 따르면 최상위권에 속하는 참가자들은 대회 최종 라운드 이전에 대전하는 일이 없도록 시드를 배정해야 한다. 시드를 배정받는 참가자의 수는 대회 1라운드에 적절한 참가자의 수를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 참가자 중 1위 선수는 대진표의 첫 번째 반쪽 제일 상단에 위치시키고, 2위 선수는 대진표의 두 번째 반쪽의 제일 하단에 위치시킨다. 시드를 배정받은 그 외의 참가자들은 추첨을 통해 한다. 단체전 녹아웃 대회에서는 협회에서 가장 높은 랭킹의 팀만 랭킹에 의한 시드를 받을 자격이 있다. 참가자들이 모두 같은 대륙연맹에 속한 협회의 선수들이라면 해당 대륙연맹에서 발표한 가장 최근의 리스트를 우선적으로 적용한다. 시딩을 받을 자격이 있는 참가자들이 모두 같은 협회의 소속일 경우에는 해당 협회에서 발표한 가장 최근의 리스트를 우선적으로 적용한다. 같은 협회에 소속된 지명 선수와 조는 특정 대회만을 위한 특별한 규정에서 달리 명시되지 않은 한 가능한 분리하여 배정한다.

올림픽 탁구 경기에선 세계 최강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세계 랭킹에 많이 올라있는 중국 선수들의 출전을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의 메달 독점을 막기위해 경기 규칙과 출전 제한 규정을 계속 바꾸는 것처럼 탁구도 이런 방법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탁구 시드에 대한 기사가 등장한 것은 1950년대 후반부터였다. 조선일보 1956년 5월5일자 ‘세계탁구선수권대회(世界卓球選手權大會)를 보고’ 기사는 도쿄에서 열린 제23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최근항 코치의 참가기를 전하면서 ‘시드’를 처음 알렸다. 이 기사는 ‘처녀출전(勿論處女出戰)이라 우리선수(選手)들은모두「시드」재료(材料)가 없어강적(强敵)하고 맞붙게되어 우리로서는 불리(不利)하기 한(限)이 없었다’고 적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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