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107] 왜 수원실내체육관을 ‘한국 핸드볼 메카’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4-05-28 07:37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소련을 꺾고 감격적인 금메달을 획득한 뒤 눈물을 흘리는 여자 핸드볼 선수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소련을 꺾고 감격적인 금메달을 획득한 뒤 눈물을 흘리는 여자 핸드볼 선수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올림픽 구기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축구도 농구도 배구도 아닌 여자 핸드볼이 그 주인공이다. 금메달을 획득한 역사적 장소는 수원실내체육관이다. 결승전 상대는 소련이었다. 5번의 동점과 2번의 역전 등 경기는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한국은 선수들의 투지와 강철 체력을 바탕으로 끝내 승리를 거머쥐었다. 당시 고병훈 감독과 선수들이 극적인 승리를 거둔 후 감격적인 눈물을 흘리던 것을 현장에서 직접 봤다.

이후 수원실내체육관은 한국 핸드볼의 ‘메카’로 불렸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하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우생순’ 신화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서울올림픽의 영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메카라는 말은 이슬람교의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주의 주도이다. 이슬람 신자라면 일생에 적어도 한 번은 꼭 가야 하는 곳이며, 자신이 전세계 어디에 있든 이곳을 향하여 예배를 드려야 한다. 메카는 이슬람교 예언자 무함마드의 출생지이다. 무함마드는 메카에서 3.2 km 정도 떨어진 히라 동굴에서 꾸란에 대한 첫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메카(Mecca)라는 이름으로 흔히 알려져 있지만, 아랍어 명칭은 마카(Makkah)이다. 메카는 '마카'의 라틴어 표기가 전해진 것이다. 쿠란에서는 바카(Bakkah)라고 부르고 그 외에 베카 등 여러 다른 표기가 있었으나, 1980년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마카'로 정식 명칭을 통일했다. 중요한 장소를 가리키는 비유적 표현인 ‘메카’와 이슬람 성지를 구별해 사용해 달라는 취지에서다. 메카의 기원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다. 사원을 의미하는 고대 남부 아라비아어 ‘M-K-R-B’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메카 지역에 있는 계곡의 이름으로도 알려졌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메카를 종교적인 의미에 국한되지 않고 중요한 장소, 사람을 끌어들이는 장소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비슷한 비유로 '성지'라는 표현이 있다. 조선일보 1937년 4월11일자 ‘무적권호(無敵拳豪)를마저 권투계(拳鬪界)의선풍적인기(旋風的人氣)’ 기사는 ‘권투의『메카』 미국(米國))의 세게무대를 향하기 까지에는 실로눈물겨운 분투의흔적을엿볼수잇스니’라고 전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1984년 LA올림픽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은메달을 획득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초 한국은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중국에 밀려 본선 진출 티켓을 따내지 못했기 때문에 출전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시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국가들의 올림픽 보이콧으로 겨우 진출 자격을 얻었고, 은메달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서울올림픽에서 첫 구기 금메달의 역사적 장소인 수원실내체육관에는 핸드볼 기념비나 기념관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아 안타까움을 준다. 현재 수원실내체육관은 프로배구 V리그의 수원 한국전력 빅스톰과 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핸드볼 주요 경기는 서울 올림픽공원 SK 핸드볼 경기장에서 대부분 열리고 있다. 서울올림픽을 경험하지 않은 젊은이들은 여자핸드볼이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장소를 올림픽공원 SK 핸드볼 경기장으로 잘못 알지 않을까 싶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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