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는 단일리그다. 팀당 144경기, 10개 구단이 한 장의 순위표 안에서 끊임없이 비교되고 평가받는다. 이 구조에서 정규시즌 1위의 가치는 절대적이다. 단 한 시즌 내내 좋은 팀, 꾸준히 강한 팀이 되어야만 올라갈 수 있는 자리다. 그렇기 때문에 그 팀에게 한국시리즈 직행권을 부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보상이다.
현행 사다리 방식은 그 가치를 정확히 제도화했다. 4위와 5위는 짧은 시리즈에서 먼저 생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살아남아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까지 치러야 한다. 체력 문제가 나올 수있다. 하지만 시즌 내내 뒤처졌던 팀일수록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이게 바로 공정성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정규시즌의 의미가 희석되는 대표적 구조다. 100승 팀이 80승대 팀에게 한 번에 무너지고, 와일드카드 팀이 월드시리즈를 제패하는 일이 더 이상 놀랍지 않다. 흥행은 있지만, 리그 1위의 존중이라는 스포츠의 기본 원칙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걸 우리가 굳이 따라야 할 이유가 없다.
일부에서는 KBL의 6팀 진출 방식을 언급하지만, 농구는 단기 퍼포먼스 변동성이 낮은 종목이다. 야구와는 시스템 자체가 다르다. 야구는 투수 한 명의 컨디션, 일정, 휴식 간격에 따라 팀 전력이 크게 흔들린다. 그렇기 때문에 정규시즌에서 누적된 실력이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야구는 긴 싸움의 스포츠다.
결국, KBO 포스트시즌 구조는 단순히 오래됐다는 이유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단일리그에서 실력·꾸준함·페넌트레이스의 가치를 가장 정직하게 반영하는 거의 유일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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