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타이거즈가 투수 양현종에게 2+1년 45억 원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37세에 올해 평균자책점(ERA)이 5점대인 선수에게 주는 선물치고는 너무 과하다.
반면, 41세에 3할 타율과 20+ 홈런을 기록한 최형우에게는 1+1년을 제시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왜 그랬을까?
양현종의 경우 성적만 보면 리스크가 적지 않지만, 구단은 팀의 상징성과 프랜차이즈 가치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닝 이터에, 팀의 얼굴로 불리는 선수에게 건네는 일종의 예우 계약이라고 볼 수 있다.
최형우는 9년 동안 KIA에서 뛰며 두 차례 우승에 기여했다. 올해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리그 최정상급 거포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성적만 보면 오히려 최형우 쪽이 더 확실한 2년 보장의 명분이 있었다. 그럼에도 KIA는 1+1 구조를 끝까지 고집하면서 까다로운 옵션을 제시했다. '2년 통으로는 리스크가 크다'는 논리를 앞세우며 철저하게 ROI(투자 대비 효과)를 따진 셈이다.
최형우는 삼성에서 커리어를 쌓은 뒤 영입한 외부 FA다. 실력은 여전히 정상급이지만, 구단이 길게 붙잡아야 하는 상징이 될 수는 없었다.
반면, 삼성 라이온즈는 최형우에 2년을 보장했다. 그 이유는 '즉시전력 + 우승 청사진' 때문이다. 41세에도 3할·20홈런을 치는 리그 최고 수준의 생산성, 베테랑 리더십, 타선 중심을 잡아주는 존재감까지 모두 고려할 때, 삼성은 최형우를 앞으로 2년 동안 전력 상승의 확실한 축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복귀 효과로 인한 팬심 회복, 흥행 동력, 구단 브랜드 가치 상승까지 더해져 '2년 보장'은 단순 퍼포먼스 계약을 넘어 팀 전반을 끌어올리는 투자로 봤다.
이는 구단의 가치 판단이 어디에 있는지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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