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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35] 북한 야구에선 왜 '외야수(外野手)'를 '바깥마당지기'라고 말할까

2025-12-17 07:34:40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북한-일본 소프트볼 경기를 지켜보는 북한 응원단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북한-일본 소프트볼 경기를 지켜보는 북한 응원단
일본식 한자어인 ‘외야수(外野手)’는 영어 ‘outfielder’를 옮긴 말이다. 메이지 시대, 일본 번역자들은 ‘infield’를 안쪽 들이라는 의미인 ‘내야(内野)’로, ‘outfield’를 바깥 들이라는 의미인 ‘외야(外野)’로 불렀다. 이는 한자 문화권에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웠다. 이때 ‘야(野)’는 경기장이 아니라 ‘넓게 트인 공간’을 뜻하는 말이었다. 외야수의 ‘수(手)’는 선수(選手)의 ‘수’이다. 공을 다루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직업·역할 표기다. (본 코너 3회 ‘‘야구(野球)’는 낭만적인 문학적 표현이다‘, 14회 ’‘선수(選手)’에 ‘손 수(手)’자가 들어간 까닭은‘ 참조)

폴 딕슨 야구 사전에 따르면 ‘outfielder’은 바깥 들판을 뜻하는 ‘outfield’와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의 결합어이다. 19세기 중반 미국 야구에서 규칙이 만들어지면서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미국 언론에선 1864년부터 등장했다.

우리나라는 1910년대 이후 야구 규칙과 용어를 대부분 일본을 통해 받아들이면서 이 말을 본격적으로 썼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의하면 조선일보 192615일자 스코어로본세계야구선수권대회(世界野球選手權大會)’ 기사는 세계야구선수권(世界野球選手權)이 롯되기는 구(一九)삼년(三年)으로 년(今年)까지 십이회(二十二回)재이다 핏스빡"()"내쇼낼리그"를대표(代表)하야 계선수권대회(世界選手權大會)에출장(出塲)하야 뎃로이트"()을 승삼패(四勝三敗)의 전후격파(接戰後擊破)하야 승(優勝)한 것은 구(一九)구년(九年)이엇다 후불행(後不幸)히 계선수권대회(世界選手權大會)에 장(出場)할 격(資格)을엇지못하엿다가 륙년(十六年)만에 계선수권대회(世界選手權大會)에 장(出塲)하야 와싱톤"()을 파()하고 명예(名譽)의세계선수권(世界選手權)을 갓게되엿다 금년(今年)의세계선수권전(世界選手權戰)에 잇서서 "핏스빡"의 상대(相對)"와싱톤"()의 진용(陣容)을보건데 선수이십오명중(選手二十五名中) 수팔명(投手八名)(우오(右五),좌삼(左三)) 포수삼명(捕手三名)(우이(右二),좌일(左一)) 일루수일명(一壘手一名)(좌수(左手)) 이루수일명(二壘手一名)(우수(右手)) 삼루수일명(三壘手一名)(좌수(左手)) 유격수이명(遊擊手二名)(좌수일(左手一),우수일(右手一)) 외야수육명(外野手六名)(우수일(右手一),좌수오(左手五)) 내야수보결이명(內野手補缺二名)(우수(右手)) 유치리티일명(一名)(효용선수(効用選手))’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에는 1920년대 사회의 야구 인식이 응축돼, 포지션과 선수 구성 등을 잘 알 수 있게 한다. (본 코너 1633북한 야구에선 왜 '유격수(遊擊手)''사이마당지기'라고 말할까’, 1634북한 야구에서 왜 내야수(內野手)’안마당지기라고 말할까참조)
북한이 외야수를 ‘바깥마당지기’라고 부른다. 이렇게 말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외래어 배제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중 번역어조차 그대로 두지 않는다. ‘야(野)’라는 한자어 대신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마당’을 택하고, 방향을 나타내는 ‘바깥’을 덧붙였다. 외야는 그렇게 ‘바깥마당’이 된다.

여기에 결정적인 단어가 하나 더 붙는다. 바로 ‘지기’다. 북한 스포츠 용어에서 선수는 기술을 뽐내는 개인이 아니라, 맡은 구역을 책임지는 존재다. 그래서 수비수는 ‘지기’가 된다. 바깥마당지기는 바깥마당을 담당해 지키는 사람이다. 이는 외야수를 능동적 공격의 일부로 보기보다, 특정 공간을 책임지는 역할 수행자로 규정하는 시각이다.

이런 명명법은 우연이 아니다. 북한 체육 용어 전반에는 공간 분할과 임무 수행이라는 군사·노동적 언어 감각이 배어 있다. 골키퍼가 ‘문지기’가 되고, 포수가 ‘받이’가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야구장 역시 추상적인 경기장이 아니라, 안마당과 바깥마당으로 나뉜 하나의 ‘마당’이며, 선수들은 그 마당을 나눠 맡은 관리인에 가깝다. (본 코너 1600사회주의 관점으로 본 북한 스포츠 언어참조)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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