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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85] 북한 배구에서 왜 '리시브'를 '받아치기'라고 말할까

2026-02-04 03:49:42

 2023년 항조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여자대표팀 경기 모습
2023년 항조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여자대표팀 경기 모습
외래어 ‘리시브’는 영어 ‘receive’를 원어 발음을 한글로 표기한 말이다. 배구·테니스·탁구 등에서 상대편에서 넘어온 공을 받아 넘기는 일이라는게 사전적 정의이다. 배구에서 리시브는 토스(toss)와 함께 잘못 사용하는 대표적인 일본식 영어이다. (본 코너 455회 ‘토스(toss)는 일본식 영어, 세트(set)가 정확한 영어 표현이다’ 참조) 리시브 대신 ‘범프(bump)’가 제대로 된 영어식 표현이다.
원래 영어 ‘receive’ 어원은 라틴어 ‘recapere’로 회복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일본인들은 영어에서 ‘서브 리시브(serve receive)’라는 용어를 쓰는 대신 이를 한 단어로 줄여 사용한 것이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다이마쓰 히로부미(大松博文·1921~1978) 감독이 이끄는 일본 여자배구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최강 소련을 꺾고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일본 배구에 강한 영향을 받은 한국 배구는 일본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리시브라는 말을 따라 배웠다. 한국여자배구는 대표팀이 다이마쓰 감독의 지도를 받았으며,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한국 구기종목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한국배구에서 리시브가 토스와 함께 일본식 용어로 널리 사용하게 된 이유는 이런 시대적 배경 때문이었다. 배구가 탄생한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는 리시브라는 한 단어로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한국과 일본에서 쓰는 리시브라는 단어를 대체할 영어 용어는 충돌한다는 의미를 갖는 ‘bump’이다. (본 코너 456회 ‘왜 일본식 영어 ‘리시브(Receive)'를 영어 '범프(Bump)' 대신 사용하게 된 것일까’ 참조)
우리나라 언론은 1960년대초부터 일본에서 쓰던 리시브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63년 2월13일자 ‘한(韓)·일친선배구전(日親善排球戰) 오늘개막(開幕) 국내(國内)7개(個)「팀」과대전(對戰)’ 기사는 ‘대한배구협회주최 한 일(한일(韓日))친선 남녀배구대회가 오늘밤 6시부터 서울시립 장충실내체육관에서 시작된다. 친선 대회를 갖기위하여배구협회 초청으로 내한한일본(일본(日本))의「데이징·미하라」(제인(帝人)·삼원(三原))남자배구「팀」과「도오꾜·상요·뎅끼」(동경삼양전기(東京三洋電機))여자배구「팀」은 오는19일까지 6일간(18일은휴일)국내남녀7개「팀」(남녀각각3개「팀」과여자전서울선발「팀」)과대전하게되는데국제수준에도달한 일본배구단과의 대전결과가 주목된다.내한한 남자18명 여자16명 도합34명의 선수단은11일 서울에왔으며 12일에는 정오부터 하오5시까지장충체육관에서 대회에 대비한 맹렬한「트레이닝」을 하였다. 전경기를통하여전승할것을목표로한다는 이들남녀「팀」들은「토스」나「리시브」에있어 부드럽고도 힘있어보였고 우리나라선수들보다 체력이 월등하게 좋았다.그런데「미하라」(삼원(三原))남자「팀」은 지난11월 우리나라의 최강충비(충비(忠肥))「팀」이 일본에 원정했을때 충비「팀」을2대1로 격파한「팀」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출전했던선수가 5명이나포함되어있고 일본에서 6인제「랭킹」4위,9인제「랭킹」1위를자랑하는「팀」이며 여자「팀」도 일본에서 조흥은행「팀」을 2대0으로물리친 일본「랭킹」8위의「팀」이다’라고 보도했다.
북한 배구에선 리시브는 외래어가 아니다. 그들은 이를 ‘받아치기’라고 부른다. 받아치기라는 표현은 ‘받다’와 ‘치다’라는 두 개의 동작을 결합한 말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의미 차이가 있다. 북한식 개념에서 리시브는 수동적인 ‘받기’가 아니라, 공을 맞받아 쳐서 다시 경기 흐름 속으로 밀어 넣는 적극적 행위이다.
이 명칭은 북한 체육 용어 전반에 흐르는 특징과 맞닿아 있다. 북한은 외래어 사용을 경계하며, 가능한 한 조선어식 직관어로 기술 동작을 설명해 왔다. ‘서브’를 ‘넣기’, ‘스파이크’를 ‘강타’, ‘더블 컨택트’을 ‘두번치기’라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받아치기 역시 리시브의 기능을 동작 중심으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단순한 번역 차원을 넘어, 이 표현에는 북한 체육 언어가 지닌 사고방식과 경기 해석의 관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본 코너 1674회 ‘북한 배구에서 왜 '더블 컨택'을 '두번치기'라고 말할까’, 1681회 ‘북한 배구에서 왜 '서브'를 '넣기'라고 말할까’, 1682회 ‘북한 배구에서 왜 ‘스파이크’를 ‘강타’라고 말할까‘ 참조)
더 흥미로운 점은 이 용어가 전술적 인식까지 반영한다는 사실이다. 국제 배구에서 리시브는 종종 ‘공을 살려 세터에게 정확히 연결하는 수비’로 정의된다. 그러나 받아치기라는 말에는 수비와 공격의 경계가 느슨하다. 공은 단순히 막아내는 대상이 아니라, 다시 쳐서 주도권을 되찾아야 할 대상이다. 이는 북한 배구가 전통적으로 강조해 온 속도전·연결 플레이·집단적 공격 전개와도 맞물린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교육적 효과다. 리시브라는 외래어는 개념을 먼저 배워야 이해할 수 있지만, 받아치기는 초보자나 학생 선수에게도 동작의 성격이 즉각적으로 그려지는 말이다. 북한 체육 용어가 설명적이고 기능 중심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받아치기는 단순한 말 바꾸기가 아니다. 그것은 언어를 통해 스포츠를 해석하고, 기술을 정의하며, 선수의 태도까지 규정하려는 하나의 체계다. 북한 배구에서 공은 결코 가만히 받아만 두는 대상이 아니다. 받는 순간, 이미 다시 칠 준비를 하는 것, 그것이 받아치기라는 말 속에 담긴 철학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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