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북한-베트남 여자배구 친선 경기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201181623016595e8e9410871751248331.jpg&nmt=19)
spike는 라틴어 ‘spica’가 어원이다. 고대 프랑스어인 노르만어 ‘spik’와 중세 영어 ‘spik’를 거쳐 13세기부터 현재의 표현으로 쓰기 시작했다. 공통적으로 끝이 날카롭고 아래로 찌르는 형태를 의마했다. 19세기 말 미국에서 배구가 만들어질 무렵, 공을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내려꽂는 동작이 등장하자 이 장면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로 spike가 선택됐다.
공을 내리찍을 때, 상대 코트에 못을 박듯 꽂힌다. 궤적은 수직에 가깝게 떨어진다. 이 이미지가 모두 spike의 본래 의미와 겹쳤던 것이다. 그래서 배구에서 spike는 위에서 아래로 찔러 넣는 강타라는 의미가 굳어졌다. (본 코너 458회 ‘왜 스파이크(Spike)라고 말할까’ 참조)
spike와 비슷한 스포츠 영어가 있다. 친다는 의미로 야구 ‘hit’, 테니스·배드민턴 ‘smash’, 야구·권투 등에서 ‘strike’ 등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spike는 배구 특유의 수직 공격 이미지를 독점하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70년대 배구가 대중화되며 일본식 체육 용어와 함께 스파이크가 그대로 유입됐다. 배구에서 쓰기 이전 스파이크라는 말을 일제강점기 때부터 ‘스파이크 슈즈(shoes)’의 준말로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24년 11월1일자 ‘야구십삼년(野球十三年) 소감(所感)과소망(所望)’ 기사는 ‘현대선수(現代選手)와 가티 화미(華美)한 복장(服裝)이라는지를 도저(到底)히 생각도 못하고 다만 포속(布屬)의『유니폼』에 보통(普通) 신이나 미투리를 신고 출전(出戰)하는 가련(可憐)한 상태(狀態)이엇슴으로 경기(競技)할 때 적(敵)의『스파이크』에곳 상(傷)하는 것은 오히려 심상(尋常)한 일로알엇다’고 보도했다. 당시 기사는 보호장비 없이 얇은 천 유니폼, 신발도 운동화가 아니라 신·미투리를 신고 경기를 하는 열악한 상황을 보여주었다. 당시 이미 음차 외래어 ‘스파이크’ 사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 배구에선 스파이크를 한자어 ‘강타’라고 부른다. 강타는 ‘굳셀 강(强)’과 ‘칠 타(打)’의 합성어로 ‘강하게 때린다’는 뜻이다. 힘과 결과를 중심에 둔 명명이다. 북한 체육 용어 전반에 깔린 ‘행위 중심·기능 중심’ 언어관이 여기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이 같은 용어 선택은 북한 스포츠가 지향해온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외래어 사용을 경계하고, 가능한 한 토착어 또는 한자어로 개념을 재구성해왔다. ‘리베로’를 ‘자유방어수’, ‘오버네트’를 ‘손넘기’, ‘더블 컨택’을 ‘두번치기’라 부르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스파이크 대신 강타를 택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본 코너 1670회 ‘북한 배구에선 왜 ‘오버네트’를 ‘손넘기’라고 말할까‘, 1674회 ’북한 배구에서 왜 '더블 컨택'을 '두번치기'라고 말할까‘, 1680회 ’북한 배구에서 왜 '리베로'를 '자유방어수'라고 말할까‘ 참조)
흥미로운 것은 강타라는 말이 기술의 미학보다 성과의 윤리를 앞세운다는 점이다. 얼마나 높이 뛰었는지, 팔 각도가 어땠는지보다 ‘얼마나 강하게 상대를 제압했는가’가 언어의 중심에 놓인다. 이는 스포츠를 개인 기량의 전시장이 아니라 집단의 승리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해온 북한 체육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본 코너 1600회 ‘사회주의 관점으로 본 북한 스포츠 언어’ 참조)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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