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북한 노동당 창건 78주년 기념 남자배구 경기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203065328050145e8e9410871751248331.jpg&nmt=19)
블로킹은 ‘막는다’는 뜻인 영어 ‘block’에서 나온 말이다. block에 ‘ing’를 붙여 동명사형으로 막아내는 행위라는 의미로 쓴다. 블록이라는 영어말은 1590년 차단한다는 의미인 프랑스어 ‘bloquer’에서 유래했다. 독일어 ‘blockieren’, 네덜란드어 ‘ blokkeren’과 연관성이 있는 말이다. 미국스포츠용어사전에 따르면 스포츠에서 블록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종목은 1772년 영국 크리켓에서 부터였다.(본 코너 405회 ‘왜 블록슛(Block Shot)이라고 말할까’ 참조)
미국 딕슨 야구용어사전에 따르면 블록은 포수가 상대 주자가 홈베이스를 밟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막는 행위를 의미한다. 1900년 미국 야구에서 홈플레이트를 막는 행위를 블록이라는 말로 쓰기 시작했다. 블로커는 베이스를 밟으려는 주자를 방해하는 수비 선수나 포수 등을 가리키거나 2루수나 유격수가 더블플레이를 못하도록 방해하는 2루주자를 말하기도 했다.
배구에서 블로킹은 키가 큰 미들블로커(센터)들이 주로 맡는다. 상대 공격수들의 공격을 네트 앞에서 일단 저지하기 위해 블로킹 커버를 한다. 블로킹은 상대 스파아키를 막아내 득점을 올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전위에 위치한 선수만 블로킹을 할 수 있고, 후위 선수들에 참가할 수 없다. 블로킹은 1인부터 전위 선수들이 모두 가담하는 3인 블로킹까지 가능하다. 3인 블로킹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하지 않고 대개 센터들이 커버하는 2인 블로킹을 한다. 키가 작은 세터가 상대 공격 타이밍에 맞춰 단독 블로킹을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본 코너 473회 ‘왜 블로킹(Blocking)이라 말할까’ 참조)
북한 배구에선 블로킹을 ‘막아치기’라고 부른다. 이 말은 상대의 공격을 막고, 손으로 공을 쳐내는 행위. 블로킹의 동작과 목적을 한 글자도 남김없이 설명하는 표현이다. ‘번역’이 아니라 ‘해석’에 가깝다.
북한은 외래어를 소리나는 대로 옮기는 대신, 그 뜻을 우리말로 끝까지 풀어 쓰는 방식을 취해왔다. 막아치기라고 표현한 점은 흥미롭다. 이 용어에 담긴 능동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블로킹은 수비로 분류된다. ‘막는다’, ‘세운다’, ‘차단한다’는 말에는 어딘가 소극적인 뉘앙스가 있다. 하지만 ‘막아치기’는 다르다. 핵심 어미가 ‘치기’다. 이는 스파이크를 뜻하는 ‘강타’, 더블 컨택의 ‘두번치기’와 같은 계열의 말이다. 북한 배구에서 공을 다루는 기본 행위는 언제나 ‘치기’다. 막는 순간조차도, 공을 향한 적극적인 타격 행위로 이해된다. 이는 북한 체육 담론 전반에 깔린 사고와 맞닿아 있다. 수비는 결코 소극적 대응이 아니라, 공격을 끊어내는 또 하나의 전투 행위라는 인식이다. ‘막아치기’라는 말은 블로킹을 단순한 방패가 아니라, 흐름을 되돌리는 기술로 규정한다. 손끝에서 공의 방향을 바꾸는 순간, 수비는 곧 공격의 출발점이 된다.(본 코너 1674회 ‘북한 배구에서 왜 '더블 컨택'을 '두번치기'라고 말할까’, 1682회 ‘북한 배구에서 왜 ‘스파이크’를 ‘강타’라고 말할까‘ 참조)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집단성이다. 블로킹은 개인 기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협동이 핵심이다. 두 명, 세 명이 동시에 뛰어오르며 공간을 분담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블로킹은 성립하지 않는다. 블로킹이라는 외래어보다 막아치기라는 토박이말은, 누가 벽이 되었는지보다 함께 막아냈다는 행위 자체를 더 강하게 드러낸다. 북한 스포츠 용어가 개인의 스타성보다 조직적 완결성을 중시해 온 이유도 여기에서 읽힌다. (본 코너 1600회 ‘사회주의 관점으로 본 북한 스포츠 언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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