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35] 바둑에서 왜 '대마불사(大馬不死)'라고 말할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70606495207556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이 말은 원래 바둑에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격언이다. 특정 인물이 처음 만들었거나 특정 문헌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 확인된 말은 아니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서도 검색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는 일찍이 쓰지 않았다. '마'는 한자 그대로는 말(馬)이지만, 바둑에서는 오래전부터 활동하는 돌무리를 비유적으로 '말'에 견주어 부르는 용례가 있었다. 다만 마의 정확한 어원에 대해서는 학설이 분분하다. 중국 고대 바둑(위기·圍棋)에서 돌무리를 '말'에 비유한 표현이 한국과 일본으로 전해졌다는 설, 돌이 판 위를 자유롭게 활동하는 모습이 말을 연상시켜 자연스럽게 정착했다는 설 등이 있다. 그러나 어느 설도 결정적인 문헌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마불사와 매우 유사한 사고방식은 중국 바둑의 고전 격언에도 나타난다. 중국과 일본에도 ‘큰 돌은 쉽게 죽지 않는다’는 취지의 가르침이 오래전부터 전해졌다. 다만 대마불사라는 네 글자가 중국 고전에서 그대로 쓰였다는 명확한 근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현재 알려진 형태는 한국과 일본 프로기사들도 널리 사용하는 실전 격언으로 자리 잡은 표현이다.
바둑에서 대마불사라는 말이 오랫동안 회자된 이유는 이유는 바둑의 기술을 넘어 사람의 심리를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대마에는 수십 집의 가치가 걸려 있고, 수많은 돌이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공격하는 쪽은 '이번에 반드시 잡겠다'는 욕심이 생기고, 쫓기는 쪽은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갖게 된다. 문제는 이 절박함과 욕심이 만들어내는 균형이다.
대마를 잡으려는 사람은 공격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쉽다. 주변의 이득을 놓치고, 다른 큰 자리를 포기하며, 무리한 수를 두기 시작한다. 반면 쫓기는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모든 수를 동원한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맥점이 보이고, 작은 틈도 끝내 눈으로 만들어 낸다. 결국 공격자가 욕심을 부리는 순간, 대마는 살아난다. 그래서 ‘대마는 잘 죽지 않는다’는 말이 생긴 것이다.
이 말은 바둑판 밖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큰 조직이 위기에 처하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과 자원,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기업도, 오랜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작은 문제는 가볍게 여기다가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역설적으로 큰 위기는 모두가 살기 위해 움직이게 만들고, 작은 위기는 방심 속에서 치명상이 되기도 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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