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TS-JDX히어로즈와 웰뱅피닉스의 PBA팀리그 파이널 6차전 2세트 여자단식 16이닝. TS의 이미래가 하단 쪽에 모여있는 흰공과 빨간 공을 보면 대회전 뱅크샷을 쏘았다.
이미래가 친 노란색 내공이 앞에 있는 흰색 1구와 부딪친 후 벽 쪽으로 향했다. 맞을 수가 없었다. 내공에 살짝 닿았던 흰공은 조금 내려가더니 벽쪽에 가깝게 있던 붉은 공을 가볍게 툭 쳤다.
붉은 공은 쿠션에 살짝 닿은 후 흰공쪽으로 올라왔고 흰공은 조금 더 아래로 내렸갔다.
그 사이 이미래의 공이 벽을 맞고 슬금슬금 두 공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서로 부딪치면서 모여있던 두 공 사이에 끼어들면서 붉은 공을 건드렸다. 2득점이었다.
차유람이 막 6연타를 터뜨리며 3:7의 스코어를 9:7로 뒤집은 바로 다음이었다. 질뻔 했던 싸움이 9:9가 되었다. 그러나 내공이 두 공 사이에 끼어있어 다음 공격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당구 발상지인 영어권의 공식용어는 ‘프로즌’. 그대로 뭉쳐서 얼어붙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당구 동호인들이 흔히 쓰는 말은 ‘떡’이다. 찰떡처럼 착 달라붙었다는 뜻이다. 떡이 더 감성적이고 좋다. 공2개가 그럴 경우는 많다. 하지만 세 개가 다 붙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확률이 없지는 않을 것. 그렇지만 실제로 공 3개가 떡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PBA에서도 처음이고 당구를 수십년 쳤다는 동호인 10여명도 그런 경우는 못봤다고 했다.
300 정도를 치는 수학교사 서정우씨도 ‘있을 수 있지만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했다.
한참 들여다보던 주심이 가운데 노란색 내공을 조심스럽게 들어냈다. 그리곤 당구대 한 가운데에 놓았다. 규정상 프로즌일 때 선수가 원하면 그렇게 옮긴다.
공을 들어내자 완벽한 뱅크샷 자세였다. 큐거리까지 확보한 이미래는 어렵잖게 뱅크샷2점으로 세트포인트를 만들며 11:9 재역전승을 올렸다.
1세트를 쿠드롱-위마즈에게 내준 TS. 실제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그 떡’이 없었다면 2세트를 내주었을 가능성이 크고 그랬다면 우승을 할 수 없었을 것.
세 공의 떡이 이미래의 연이은 뱅크샷과 이어졌고 그 4연타가 우승과 인연을 맺었다. TS-JDX의 주공격수인 이미래가 그런 인연을 얻었으니 웰뱅으로선 아무리 기를 써봐도 이길 수 없는 시합이었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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