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의 유래는 이 전쟁의 전설로 시작한다. 아테네군은 격전 끝에 페르시아군을 물리쳤다.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페이디피데스(Pheidippides)라는 병사가 아테네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페이디피데스는 아테네에 도착해 수많은 시민들에게 “기뻐하라, 우리가 정복했다”는 한마디를 전하고 그대로 쓰러져 죽었다. 페이디피데스가 달린 거리가 42.195km라서 이를 기리기 위해 마라톤 거리로 정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 이야기는 전설에 불과하다.
그가 마라톤 평원에서 전투가 끝난 뒤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아테네까지 40km를 달린 뒤 쓰러졌다는 것도 의문이 많다. 일부에서는 페이디피데스가 마라톤 평원에서 스파르타까지 원군을 요청하기 위해 달렸던 내용이 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설이라면 마라톤 거리는 241.4km가 돼야 한다.
‘올림픽의 아버지’ 쿠베르댕이 그리스 올림피의 신화를 재현하기 위해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한 1896년 제1회 근대 올림픽에서 마라톤 전쟁의 이야기를 스포츠로 승화시켜 마라톤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마라톤 경기의 첫 우승자는 그리스의 목동 스피리돈 루이스(Spiridon Louis)였다. 당시 그리스 국왕은 루이스에게 금메달과 우승자의 증서, 그리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루이스는 물을 나르는 데 필요한 마차와 힘센 말만 받겠다고 했다고 한다. 한 초콜릿 공장에서는 그에게 평생 무료로 초콜릿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으며, 결혼하자는 청혼도 많이 받았다. 그만큼 당시 마라톤 우승자의 인기는 단연 최고였다.
마라톤 거리가 42.195km로 결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의 거리로 결정된 것은 1908년 제4회 런던 올림픽에서부터다. 처음에는 출발 지점을 주경기장으로 해 총 42km를 달리기로 정했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영국 황실 사람들이 “마라톤 출발 모습을 보고 싶다. 출발선을 윈저궁 황실 육아실의 창 아래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 바람에 거리가 195m 더 늘어났고, 이후부터 42.195km로 굳어졌다.
하지만 1912년 스톡홀롬 올림픽 마라톤 거리는 또 변해 40.2km였고, 1920년 앤트워프 올림픽 땐 42.75km나 됐다. 올림픽 마라톤 코스 길이는 주최 측의 사정에 따라 달라졌던 것이다. 결국 1924년 파리 올림픽 때 ‘1908년 런던 올림픽 때를 기준으로 하자’는 의견이 채택돼 현재의 42.195m로 확정됐다. 당시 영국은 스포츠에서 영향력이 가장 강력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세계적인 소설가인 ‘마라톤마니아’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라톤과 관련한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마라톤의 기원지 그리스 마라토니아에서 직접 장거리 달리기를 한 경험을 소개하며 마라톤과 소설쓰기의 공통점을 통해 자신의 인생철학을 밝혔다. 소설가로서 중요한 자질은 재능, 집중력, 인내심 등을 꼽으며 비록 재능이 부족하더라도 마라톤에서 배울 수 있는 집중력과 인내심이 있으면 언제가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는 재능을 꺼낼 수 있다고 말한다. 소설가 뿐 아니라 모든 삶에서도 유념할 만한 말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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