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774] 왜 ‘화속증정(花束贈呈)’이 ‘화동증정(花童贈呈)’으로 말이 바뀌었을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2-08-17 07:22
2014년 인천AG조직위가 실시한 주요외빈 영접 화동 교육에 참석한 학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년 인천AG조직위가 실시한 주요외빈 영접 화동 교육에 참석한 학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내에서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 등에서 초등학교 남녀 아동들이 대회에 참가하는 주요 해외 귀빈에게 환영 꽃다발을 증정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화동(花童) 행사는 귀빈에게 품격 있는 예우와 한국의 따뜻한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공항의전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화동 행사는 공항뿐 아니라 주요 국제 행사장에서 공식 식순 때 하기도 한다.

화동 행사는 화동이 꽃다발을 증정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화동증정(花童贈呈)’이라고 부른다. 꽃같은 아이라는 ‘화동(花童)’과 남에게 물건을 준다는 ‘증정(贈呈)’이 합친 말이다. 화동과 증정은 모두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오래전부터 쓰던 한자어이다.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보면 화동과 증정이라는 말이 검색된다. 조선시대 화동이라는 말은 나이어린 기생을 일컫는 의미였다. 숙종실록 5권, 숙종 2년 11월 21일 기해 첫 번째 기사에 ‘종실의 아들 이한주(李漢柱)는 세루(世累)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등과(登科)했을 때 국휼(國恤) 을 당했는 데도 화동(花童)을 끼고 문을 닫고 연락(宴樂)을 했기 때문에 막은 것이요’라는 말이 나온다. 화동의 의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이 말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로 보인다. 주요 외국 대통령이나 수반이 국내에 방문할 때 화동이 꽃다발을 증정했다는 기사를 전했다. 조선일보 1973년 4월13일 ‘아시아공영(共榮)」중점 협의(協議)’라는 기사에서 ‘티우월남(越南)대통령내외는 오후4시 김포(金浦)공항에 도착,공항귀빈실에서 박(朴)대통령내외와 15분동안 환담을 나눈 뒤 간략한 환송식에 참석,21발의 예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3군(軍)의장대를 사열하고 화동(花童)으로부터 꽃다발을 증정받았다’고 보도했다.

화동증정 이전에 썼던 말은 ‘화속증정(花束贈呈)’이었다. 화속증정이라는 말은 꽃으로 만든 다발인 ‘화속(花束)’을 전달한다는 뜻이다. 화속은 ‘꽃 화(花)’와 ‘묶을 속(束)’자가 결합한 말이다. 한마디로 꽃다발이라는 의미이다. 화속증정은 일본식 한자어로 영어 ‘ Presentation of Bouquets’의 번역어이다. 전달한다는 의미인 ‘Presentation’와 꽃다발을 뜻하는 ‘Bouquets’을 직역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육상연맹은 육상 경기용어집에 영어로 이 말을 공식 의전용으로 사용하고 각국 연맹은 적절한 자국어로 쓸 것을 추천하고 있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이후 화속증정이라는 말을 썼다. 조선일보 1953년 5월8일자 ‘수원(水原)어린이행사(行事)’ 기사는 ‘스물 네돐의 어린이날을 맞이한 지난 오(五)일 상오 십(十)시 수원에서는 수원경찰서 주최로 시내수원극장에서 어린이연예회를 개최하였는데 조(趙) 수원경찰서장으로부터 우량어린이에대한 표창장 수여가 있었고 내빈축사 화속(화속(花束)) 증정 어린이 답사 등에이어 매산(매산(梅山)) 국민학교생도들의 취주악 영화등 다채로운 「푸로」로 연예회를 끝마치었다’고 전했다.

일부 국내 언어학자는 화속(花束)의 속자를 동녘 동(東)‘으로 잘못 읽고 꽃 화자에 아이 동(童)자를 써서 화동증정이라는 말이 통용된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시대에 따라 언어의 사용과 의미가 달라진다고 하지만 화동증정이라는 말은 화동이라는 말의 본래 용도를 고려한다면 적절한 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기회가 되면 화동 보다는 다른 말을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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