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931] 테니스에서 왜 ‘하드코트(hard court)’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3-03-14 06:32
'하드코트 제왕' 조코비치가 지난 1월 호주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관중들을 향해 환호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드코트 제왕' 조코비치가 지난 1월 호주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관중들을 향해 환호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의 권위있는 잡지 뉴욕커는 지난 1월 호주오픈에서 노바크 조코비치가 우승을 차지하자 ‘하드코트 제왕이 10번째 호주오픈을 정복했다(The Hard-Court King, Conquers His Tenth Australian Open)’라는 헤드라인을 크게 뽑았다. 굳이 ‘하드코트 제왕’이라고 한 것은 클레이코트에 유독 강한 라이벌 ‘흙신’ 라파엘 나달과 비교를 하기 위한 때문이다. 조코비치는 메이저대회에서 22번째 우승을 차지하면서 나달과 같은 승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나달은 자신의 승수를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 오픈에서 거두었다. (본 코너 909회 ‘프랑스오픈은 왜 ‘클레이코트’에서 열릴까‘ 참조)

하드코트라는 말은 말 그대로 딱딱한 코트를 의미한다. 아크릴 등 인공소재로 돼 있다. 클레이코트와 잔디 코트와 비교했을 때 공이 바운드되는 속도가 중간 정도이며, 바운드되는 높이도 중간 정도이다. 여러모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가능한 무난한 코트인데, 선수들이 격렬하게 움직일 때 코트 표면의 단단해 선수의 하반신에 충격을 가해 부상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받기도 한다.
메이저 중 US 오픈과 호주 오픈에서는 하드코트를 사용한다. 오랜 메이저 테니스 대회 역사에서 하드 코트를 사용한 것은 최근이다. 1968년 오픈 시대 이전에는 대부분의 프로 테니스 경기가 잔디에서 열렸다. 프랑스 오픈만 클레이코트에서 열리고 윔블던, US오픈, 호주오픈 등은 잔디에서 경기를 가졌다. 미국에서 테니스 코트의 실용화 바람이 불면서 하드코트가 많이 설치된데 영향을 받아 1978년 US오픈부터 하드코트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호주오픈도 1988년부터 하드코트로 전환했다.

세계 테니스 대회에서 보통 클레이코트 시즌은 4월부터 6월초까지이며, 이어 잔디 시즌이 6월초부터 7월까지 이어진다. 클레이코트의 프랑스오픈과 잔디코트의 윔블던이 열리는 시기와도 맞물린다. 나머지 기간은 하드코드에서 보통 경기를 갖는다.

스웨덴의 비욘 보르그는 하드코트가 유행하기 전 은퇴를 선언하는 바람에 하드코트 챔피언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보통 ATP 통계는 하드코트 대회 기록 순위를 주기적으로 내놓고 있다. 현재까지 하드코트에서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기록된 이는 단연 조코비치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하드코트라는 말을 일제강점기 때부터 사용했다. 조선일보 1925년 6월12일자 ‘스폿스여왕(女王) 『란라』양우승(孃優勝)’ 기사는 ‘불란서(佛蘭西)『하드코트』정구선수권대회(庭球選手權大會)는 지난육일결승전(六日决勝戰)을 마치엇는데 전적(戰績)은 아래와갓다 ◇남녀혼합복식결승(男女混合複式决勝) 란란양(孃)뿌두니욘 뿔리스트양(孃)코—슈 ◇여자복식결승(女子複式决勝) 란란양(孃)뷔스트양(孃) 맛 겐 양(孃) 코라이이양(孃)’이라고 전했다. 당시 '하드코트'는 테니스를 이르는 말로 사용했다. 연식 정구를 '소프트 테니스'라고 부르는 것과 대조적인 단어였다. 해방이후 우리나라 언론들은 '하드코트'라는 말 대신 테니스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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