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작가와 인공 작가 함께 소설 썼다...7명 작가-챗GPT 공동 집필 소설집 '매니페스토'

전경우 기자| 승인 2023-03-26 14:20
인간과 챗GPT가 공동 집필한 소설집 '매니페스토' 표지 [자음과모음]
인간과 챗GPT가 공동 집필한 소설집 '매니페스토' 표지 [자음과모음]
소설가와 챗GPT가 공동 집필한 소설집이 처음 출간된다.

출판사 자음과모음의 장르소설 브랜드 네오픽션은 작가 7명과 챗GPT가 함께 쓴 소설 일곱 편을 묶은 소설집 '매니페스토'(Manifesto)를 다음 달 3일 출간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날 예스24를 통해 먼저 공개한 전자책에는 7편의 영어 버전을 수록했으며 책 표지도 AI와 함께 디자인했다.

문학을 인간 작가만이 성취할 영역이라고 선을 긋기보다는 AI와 함께 작업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창작의 영역에서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이 책을 펴냈다는 것이 출판사의 설명이다.

오픈AI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챗GPT-3.5와 협업한 인간 작가는 김달영, 나플갱어, 신조하, 오소영, 윤여경, 전윤호, 채강D이다.

소설집에는 7편의 단편과 함께 작가의 협업 후기와 일지를 더해 그 과정을 공개했다.
작가들은 챗GPT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업했다. 소설 작법의 단계를 물으며 계획을 세우거나, 어떤 소재를 다룰지 상의하기도 했다.

소설의 재료가 될 자료를 조사시키고, 문장을 더 유려하게 만들거나 길게 늘여달라고 요청하는 등 챗GPT를 다양하게 활용했다.

챗GPT는 부적절한 소재라며 문장 생성을 거부하기도 하고, 요구한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내놓거나,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고 작가들은 전했다.

그렇게 태어난 결과물은 에세이 형태의 다채로운 이야기로 완성됐다.

김달영의 '텅 빈 도시'는 황량한 풍경 속 비밀스러운 소녀가 사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를 그렸다.

나플갱어의 '희망 위에 지어진 것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에 잠긴 인천 송도를 배경으로 했고, 신조하의 '매니페스토'는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과 공존하는 미래의 어느 날 신문에 기고된 '인간' 단체와 '외계인' 연합의 입장문을 옮겼다.

이밖에 남한에 사는 북한 이탈 주민이 북한의 오빠로부터 온 문자 메시지를 받으며 시작되는 오소영의 '그리움과 꿈', 부상으로 위기에 빠진 한 야구 선수의 꿈같은 성공기를 그린 채강D의 '펜웨이 파크의 행운' 등이 수록됐다.

김달영은 협업 후기에서 "출판사들은 원고지 매수에 따라 원고료를 책정하기도 한다"며 "그럴 때 챗GPT를 이용해 원고를 늘이면 그 원고료는 누구에게 지불되어야 하는 걸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채강D는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소설책의 서두에 챗GPT 사용 여부를 밝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마치 조미료를 넣지 않은 식품을 따로 표기하는 것처럼"이라고 적었다.

인간 작가와 챗GPT의 협업 과정은 4월 13일 KBS 1TV '다큐 인사이트'에서 공개된다.

[전경우 마니아타임즈 기자/ckw86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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