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지볼’의 ‘한지’는 추운 땅이라는 의미를 가진 한자어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한자(寒地)’라는 단어가 국역 4건, 원문 9건이 검색된다. 태종실록에서 첫 등장하는 것으로 보면 조선시대 초기부터 쓰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지볼’은 추운 땅이라는 의미인 ‘한지’에 공을 의미하는 ‘볼’이 합성된 말로 춥고 배고픔을 참고 이기며 경기를 한다는 뜻에서 핸드볼인들이 쓴 자기 비하적인 표현이다. 한지볼이라는 말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이 사상 첫 금메달의 영광을 차지하면서 그동안 냉대와 설움을 받던 핸드볼인들이 과거를 회상하며 비유적인 표현으로 처음 사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데볼’의 ‘한데’는 '한데에 나앉다'라고 할 때 쓰는 말이다. 국어사전에는 '동서남북과 상하로 덮거나 가리지 않은 곳, 즉 집의 바깥'이라는 의미가 명시돼 있다. ‘한데볼’은 국민의 관심으로 둘러싸인 따뜻한 곳이 아닌 아무도 보지 않는 사방이 다 뚫린 추운 곳에서 그들끼리 운동을 해야 했다는 뜻이다. 핸드볼에 대한 비애가 드러나는 슬픈 별명인 셈이다.
지난 달 20일 동아일보는 ‘매 경기 결승전처럼, 파리올림픽 ’우생순‘ 위한 여자 핸드볼 각오’라는 제목으로 한국 구기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핸드볼의 선전을 기원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당시 은메달을 딴 대한민국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 이야기를 소재로 제작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줄임말인 ‘우생순’은 여자핸드볼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여자핸드볼 대표팀 기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본 코너 1103회 ‘‘우생순’은 왜 여자핸드볼 대표팀 상징 은어가 됐나‘ 참조)
이제 더 이상 핸드볼이 올림픽 시즌 때만 잠시 관심을 받는 종목이 되서는 안된다. 그러려면 핸드볼인들은 ‘한지볼’ ‘한데볼’이라는 비하적인 표현부터 쓰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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