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111] 핸드볼이 ‘한지볼’ ‘한데볼’로 불리는 이유

김학수 기자| 승인 2024-06-01 08:25
한국여자 핸드볼은 지난 해 일본을 꺾고 한국 구기종목으로 유일하게  2024 파리올림픽 본선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해 아시아 예선 일본전 모습.
한국여자 핸드볼은 지난 해 일본을 꺾고 한국 구기종목으로 유일하게 2024 파리올림픽 본선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해 아시아 예선 일본전 모습.
독일이 발상지인 핸드볼은 국내에서 비인기종목이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과 같은 인기 종목의 그늘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한다. 여자가 올림픽에서 2번씩이나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대중의 인기를 좀처럼 누리지 못한 신세이다. 국내 핸드볼인들은 한때 핸드볼을 ‘한지(寒地)볼’ ‘한데볼’이라는 자조섞인 말로 불렀다.

‘한지볼’의 ‘한지’는 추운 땅이라는 의미를 가진 한자어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한자(寒地)’라는 단어가 국역 4건, 원문 9건이 검색된다. 태종실록에서 첫 등장하는 것으로 보면 조선시대 초기부터 쓰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지볼’은 추운 땅이라는 의미인 ‘한지’에 공을 의미하는 ‘볼’이 합성된 말로 춥고 배고픔을 참고 이기며 경기를 한다는 뜻에서 핸드볼인들이 쓴 자기 비하적인 표현이다. 한지볼이라는 말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이 사상 첫 금메달의 영광을 차지하면서 그동안 냉대와 설움을 받던 핸드볼인들이 과거를 회상하며 비유적인 표현으로 처음 사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데볼’의 ‘한데’는 '한데에 나앉다'라고 할 때 쓰는 말이다. 국어사전에는 '동서남북과 상하로 덮거나 가리지 않은 곳, 즉 집의 바깥'이라는 의미가 명시돼 있다. ‘한데볼’은 국민의 관심으로 둘러싸인 따뜻한 곳이 아닌 아무도 보지 않는 사방이 다 뚫린 추운 곳에서 그들끼리 운동을 해야 했다는 뜻이다. 핸드볼에 대한 비애가 드러나는 슬픈 별명인 셈이다.

우리나라 핸드볼은 시즌이 4년마다 온다는 눈물나는 소리까지 듣는다. 올림픽 때만 잠깐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다. 올해 파리 올림픽에는 단체 구기 종목으로 여자 핸드볼이 유일하게 출전한다. 여자 핸드볼은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이후로는 올림픽 메달권에 들지 못하고 있다. 2012년 런던에서 4위에 올랐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역대 최악의 성적인 조별리그 탈락에 그쳤다. 2021년 도쿄 때는 8강까지 진출했다.

지난 달 20일 동아일보는 ‘매 경기 결승전처럼, 파리올림픽 ’우생순‘ 위한 여자 핸드볼 각오’라는 제목으로 한국 구기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핸드볼의 선전을 기원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당시 은메달을 딴 대한민국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 이야기를 소재로 제작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줄임말인 ‘우생순’은 여자핸드볼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여자핸드볼 대표팀 기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본 코너 1103회 ‘‘우생순’은 왜 여자핸드볼 대표팀 상징 은어가 됐나‘ 참조)

이제 더 이상 핸드볼이 올림픽 시즌 때만 잠시 관심을 받는 종목이 되서는 안된다. 그러려면 핸드볼인들은 ‘한지볼’ ‘한데볼’이라는 비하적인 표현부터 쓰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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