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노트] 고희 앞둔 69세 농구 동호인 MVP 수상…전주 농구동호인팀 '불혹연합' 박정길씨

김학수 기자| 승인 2024-10-29 07:58
전북 전주 농구 동호인 '불혹연합'이 세인트학생복 초청 농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MVP 수상자 박정길씨(가운데)와 선수들이 대회 현수막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북 전주 농구 동호인 '불혹연합'이 세인트학생복 초청 농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MVP 수상자 박정길씨(가운데)와 선수들이 대회 현수막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희를 눈 앞에 둔 고령 선수가 농구 동호인 대회에서 MVP에 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전라북도 전주 농구동호인팀 ‘불혹연합’의 박정길(69)씨다. 1955년생으로 참가 선수 중 최고령자인 박씨는 27일 전북 정읍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세인트학생복 초청 농구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수상했다. 이 대회는 ’세인트 학생복‘ 점을 운영하면서 동호인 농구를 즐기는 박씨가 올해 처음으로 주최했다.

이 대회에는 불혹연합을 비롯해 대전아중, 우허니, 정읍 OFA, 충북연합, 영광연합 등 전북과 주변 지역 농구 동호인 6개팀이 참가, 2개조로 나뉘어 경기를 가졌다.
불혹연합은 우허니와의 첫 경기에서 최성인, 박태근 선수의 활약으로 70-50으로 가볍게 승리한 뒤 두 번쨰 4강전에서 충북연합과의 경기에서 40-42로 2점 뒤지며 경기 1분여를 남기고 황의철 선수의 어시스트를 받은 박정길씨가 극적으로 4점을 얻어 44-42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농구 동호인 대회는 나이를 적용하는데 박씨는 2점에다 2점 추가가 적용돼 4점을 기록했던 것이다.

불혹연합은 정읍 OFA와의 결승에서 초반부터 리드해 46-30, 16점차의 대승을 올렸다. 박씨는 팀 득점의 절반에 가까운 20점을 기록해 승리의 주역이 됐다.

그는 아들뻘 되는 동료들 사이에선 ‘메리야스 아저씨’로 불린다. 민소매 속옷을 걸치고 코트에서 굵은 땀을 흘리며 뛰는 모습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그는 팀 맏형으로서 체력과 정신력에서 결코 뒤지지 않으려 한다. “비록 나이가 먹었지만 후배들에게 건강하게 농구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한다.

세인트학생복 초청 농구대회에 참가한 선수들 모습.
세인트학생복 초청 농구대회에 참가한 선수들 모습.

박씨는 경기를 마친 뒤 참가 선수들에게 식사와 술을 대접하며 “모든 선수가 부상없이 대회를 잘 마무리해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박씨의 아내는 참가 선수들에게 떡, 음료와 함께 체육복 바지도 제공했다고 한다.

그의 원래 직업은 재단사이다. 원단을 사다가 옷을 짓고 파는 일을 한다. 학생복 제작 및 판매 일을 한 지도 40여년 이상이 됐다. 그가 농구에 빠진 것은 1990년대 중반쯤이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설치된 농구 골대에서 우연히 덩크슛을 성공시키면서 농구공을 본격적으로 만지기 시작했다. 40대 이상으로 구성된 ‘불혹연합’ 농구팀에 정식으로 가입한 것은 2014년 여름이었다.
그는 “농구를 하다보니 내성적인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게됐다. 동생뻘 되는 어린 후배들과 서로 땀을 흘리며 경기를 한 뒤 같이 식사를 하며 아주 가까운 관계가 됐다. 농구에 집중하면서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풀며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학생복 제작일을 30여년 하면서 건강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농구 때문이었다고 한다. 매주말 전주 신흥중학교 체육관 등에서 빠짐없이 농구 경기를 하며 후배들과 어울린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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