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263] 레슬링에서 왜 ‘그레코로만형’이라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4-11-13 07:15
한국 레슬링 그레코로만형에서 최초로 두 체급 올림픽 2연패를 차지한 심권호.
한국 레슬링 그레코로만형에서 최초로 두 체급 올림픽 2연패를 차지한 심권호.
그레코로만형은 레슬링 종목의 하나이다. 상대편의 윗몸만을 공격하여 승부를 겨루는 종목이다. 그레코로만(Greco Roman)은 이미 외래어로 인정된 말이다. 그리스와 로마의 혼합 양식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레슬링 뿐 아니라 예술 분야에서도 많이 쓰는 용어이다. 그리스 양식과 로마 양식을 혼합한 예술 양식을 말하는데, 특히 그리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로마식을 뜻한다.

영어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Greco Roman’이라는 말은 로마가 그리스 문명을 바탕으로 삼아 세계 제국을 이루었다는 의미에서 생겨났다. ‘Greco’는 ‘Greece’를 뜻하며, ‘Roman’은 로마를 뜻한다. ‘그레코 로만’이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가 합쳤다는 의미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기원전 8세기부터 이탈리아 남부와 시칠리아섬에 일찍이 정착하면서 이탈리아는 그리스 문화와 역사적인 관계를 맺었다. 로마의 알파벳, 도량형, 사원 등은 그리스로부터 유래했다. 로마 문화 자체는 처음부터 ‘그레코로만형’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레슬링은 고대 그리스때부터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됐을 정도로 많이 성행했던 운동이었다. 로마 시대 검투사들에 의해 행해진 레슬링은 규칙도 없이 상대를 꺾어야 했고, 경기 도중 선수가 죽는 일도 일어난 ‘죽음의 스포츠’였다.

국제레슬링연맹에 따르면 그레코로만형은 1848년 나폴레옹 시대 군인이었던 장 엑스트라야가 고대 올림픽에서 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의 레슬링 경기 방식으로 처음 개발했다. 이탈리아 레슬러 바실리오 바르톨레티는 고대 그리스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기 위해 ‘그레코로만’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었다. 1896년 그레코로만형 레슬링이 먼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데 이어, 1904년 자유형 레슬링까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며 오늘날 올림픽 레슬링의 모습을 갖게됐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레슬링에서 그레코로만형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동아일보 1932년 7월21일자 ‘레슬링正式出塲申請(정식출장신청)’ 기사에 1932년 LA 올림픽에 참가할 출전 선수 명단에 그레코로만형 선수들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레슬링은 역대 올림픽에서 김원기가 1984년 LA 올림픽 그레코로만형 62kg 이하에서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심권호는 그레코로만형 경량급 레전드로 그레코로만형 최초로 두 체급에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모두 우승한 선수(48kg, 54kg)였다. 1996 애틀랜타와 2000 시드니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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