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DB그룹 한국여자오픈 마지막 날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이동은이 LPGA투어 진출 계획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동은은 곧바로 "실력을 더 쌓은 후에 도전하겠다"며 "국내에서 상금왕이나 대상 수상 후에야 미국 무대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국가대표 경력을 거쳐 지난해 KLPGA투어에 입성한 이동은은 두 차례 준우승 등 괜찮은 성과를 올렸지만, 신인왕 경쟁에서는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을 제패한 국가대표 후배 유현조에게 아쉽게 밀렸다.
그럼에도 이동은은 뛰어난 비거리와 견고한 기본기에서 나오는 높고 정확한 아이언 샷으로 언제든 우승권에 진입할 수 있는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그의 스탯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장타 순위는 작년 3위에서 올해 1위로 올라섰고, 그린 적중률 역시 지난해 10위에서 올해 1위까지 올랐다.
다만 이동은의 아킬레스건은 퍼팅이었다. 작년과 올해 모두 퍼팅 순위는 90위권 밖에 머물렀다.

샷 능력에 대한 확신이 있어 자연스럽게 퍼트 연습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퍼팅할 때 이전보다 그립을 더 단단히 잡았다"며 "기술적으로는 손바닥이 약간 앞쪽을 향하도록 잡는 방식으로 바꿨는데 효과를 봤다"고 구체적인 변화를 설명했다.
앞서 이동은은 2라운드 종료 후 "기술적 변화는 크지 않지만 퍼팅에서 들어간다는 확신이 생겼고 나름의 감각을 찾은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오랜 고민과 노력의 결실이 퍼팅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평소 경기 중 표정 변화가 거의 없기로 유명한 이동은은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도 차분한 모습을 유지했다.
그는 "최대한 내 경기에만 몰입했다. 다른 선수들은 의식하지 않으려 애썼다"고 말했다.
노승희, 김시현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던 13번 홀(파4)에서 이동은은 1m 남짓한 파퍼트를 놓치는 실수를 범했다. 이 3퍼트 보기로 단독 선두에서 공동 선두로 순위가 내려갔다.
짧은 거리 퍼트를 자주 놓쳤던 이동은이기에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아찔했지만 남은 홀이 많다는 생각으로 빨리 잊으려 노력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김시현이 버디를 성공시켜 1타차까지 추격해온 상황에서도 이동은은 파퍼트를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정말 많이 떨렸다"는 이동은은 "이것만 넣으면 끝이라는 생각에 숨을 참고 퍼트했다"며 당시의 긴장감을 생생하게 전했다.
그는 "챔피언 퍼트가 들어가고 속으로는 신나고 기뻤지만, 현실 같지 않았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작년부터 우승을 아깝게 놓친 적이 있어 우승에 대한 갈망이 더 컸다"는 이동은은 "지난해부터 챔피언조에서 우승 경쟁을 하며 무너졌던 경험, 떨렸던 순간들, 그때 느꼈던 모든 것들이 축적돼 오늘 우승의 바탕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동은은 "요즘 롤모델은 로리 매킬로이다. 나도 투어에서 공을 잘 치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며 "쇼트게임이 더욱 정교해지고,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이 더해져서 기회가 생기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랭킹 3위에 오른 이동은은 "우승을 몇 개 더 보탠다면 상금왕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연합뉴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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