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대회 최유력 우승 후보였지만 7타 차 공동 7위로 아쉬움을 남긴 세계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지난 24∼36개월간 셰플러가 보여준 퍼포먼스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 선수는 골프 역사상 2∼3명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매킬로이가 언급한 극소수에는 당연히 우즈와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포함된다. 그는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라며 "셰플러는 우리 모두가 도달하고자 하는 경지에 이미 올라있다"고 덧붙였다.
쇼플리는 "정말 당해낼 도리가 없는 선수다. 리더보드에 그의 이름만 보여도 우리에겐 고통"이라며 과거 우즈의 위상을 연상시켰다.
1∼2라운드에서 셰플러와 동반 라운드를 한 셰인 라우리(아일랜드)는 "매 홀마다 버디를 잡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믿기 어려울 정도"라며 "만약 그의 발 동작이 더 안정적이고 스윙이 애덤 스콧만큼 우아하다면 타이거 우즈와 동급으로 봐도 무방하다. 나쁜 샷조차 좋아 보이는 게 그의 뛰어남을 증명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런 평가들이 과장이 아닌 것은 셰플러의 실제 성과가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2022년부터 현재까지 약 3년 반 동안 무려 17승을 쓸어 담았다.
이 중에는 메이저 4승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승,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과 메모리얼 토너먼트 각 2승 등 최고급 대회들이 즐비하다.

역전을 허용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이번 디오픈까지 최종 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시작한 14번의 대회에서 11번 우승했다. 최근에는 10연승 중이다. 공동 선두까지 포함하면 18번 중 12번 우승하며 11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메이저에서는 4번 모두 최종 라운드 선두로 시작해 모두 우승으로 마무리했다.
우승 빈도만 높은 게 아니다. 올해 16개 대회에 출전해 한 번도 25위 밖으로 밀린 적이 없다. 13번 톱10에 진입했고 최근 11개 대회에서는 연속 톱10을 유지하고 있다. 대회마다 거의 우승 경쟁에 가담하거나 초반 밀려도 끝내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오는 저력을 과시한다.
이런 셰플러의 압도적 경기력은 약점 없는 균형 잡힌 실력에서 나온다. PGA 투어 홈페이지의 선수 경기력 지표 그래프는 완벽한 오각형을 그린다.
티샷, 어프로치샷, 쇼트게임, 퍼팅, 종합지수 등 5개 항목이 모두 최상급이다. 압도적 장타자는 아니지만 평균 305.6야드의 드라이버 비거리와 62.16%의 페어웨이 안착률이 조화를 이뤄 티샷 부문 이득 타수 1위(0.7타)를 기록한다. 그린 적중률 8위(70.75%)를 바탕으로 어프로치 부문 이득 타수도 1위(1.29타)다.
그린을 놓쳐도 파 이하 스코어를 만들어내는 확률이 68.84%로 2위를 차지한다. 한때 약점으로 지적됐던 퍼팅도 크게 향상됐다. 정규 타수로 그린에 올렸을 때 평균 퍼트 수는 1.708개(4위), 라운드당 평균 퍼트는 28.19개(10위)를 기록한다.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강철 멘털도 큰 장점이다. 디오픈 최종 라운드 8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했지만 바로 다음 9번 홀에서 버디로 즉시 만회했다. 좋은 샷에도 덤덤하게 반응하는 그를 상대로 심리전을 걸기란 어렵다.
하지만 셰플러는 "전성기 우즈 같다"는 찬사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셰플러는 "다른 선수들의 평가에 신경 쓰지 않는다. 항상 현재에 집중하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대회 전 기자회견에서 "우승의 기쁨은 고작 2분"이라며 우승이 덧없다고 말해 화제가 됐던 그는 "5분 인터뷰에서 세 단어만 뽑아내 모든 의미가 왜곡됐다"고 해명했다.
"평생 골프를 잘 치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를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정말 큰 기쁨"이라는 셰플러는 "디오픈 우승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라며 우승의 소중함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인생에서 진정한 만족을 주는 것은 이런 성공이 아니다. 삶에는 골프 외에도 더 많은 것들이 있다"며 우승에만 매달리지 않는다는 인생관을 피력했다.
이제 US오픈만 정복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하는 셰플러는 "그걸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어떤 대회를 우승하고 싶다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노력을 했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