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철의 골프이야기] 추로지향(鄒魯之鄕) – 품격 있는 골퍼들이 모이는 곳](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804093554041356cf2d78c681439208141.jpg&nmt=19)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떠오른 고사성어가 있다.
바로 추로지향(鄒魯之鄕). 공자(孔子)의 고향 노(魯)나라, 맹자(孟子)의 고향 추(鄒)나라 — 유교 사상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이 두 곳을 아우르는 말이다.『사기(史記)』나 『장자(莊子)』 등 고대 문헌에는 이 지역이 예절과 학문이 융성한 도덕의 도시로 자주 언급된다.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사람의 격과 품성이 모이는 곳이라는 뜻이 담긴 상징이 된 것이다.
요즘 골프는 대중화되었다. 누구나 골프장을 찾을 수 있는 시대, 하지만 라운드 문화의 품격은 오히려 위협받고 있다.플레이 중 큰 소리로 전화하거나 캐디에게 반말을 일삼고 자신의 실수에는 분노하면서도 타인의 호쾌한 샷에는 인색한 시선들이 그렇다. ‘신사의 스포츠’라는 말은 멋진 옷을 입는다는 뜻이 아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 스스로의 절제, 그리고 규칙에 대한 존중. 이 모든 것이 살아 숨 쉬는 곳이 바로 ‘추로지향’이다.
실제로 어떤 골프장은 시설이 뛰어나고 클럽하우스가 고급스러움에도 불구하고 회원 간 다툼이 잦거나 캐디들의 근무 만족도가 낮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반면 이름은 덜 알려져 있어도 라운드 매너가 잘 자리 잡힌 곳은 다녀온 후에도 “다시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바로 ‘사람이 남는 골프장’, 그것이 추로지향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골프장 경영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어떤 골퍼들이 이곳을 찾고 싶어 하느냐가 관건이다. 시니어 골퍼가 편하게 대우받고, 초보자도 위축되지 않으며, 캐디와 동반자가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살아 숨쉬는 그런 골프장이 늘어날수록 한국 골프의 문화적 수준도 올라갈 것이다.
추로지향은 과거의 고장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간의 정신이다. 지금 당장 클럽하우스를 바꿀 수는 없어도 골퍼 한 사람의 행동과 태도가 그 공간을 추로지향으로 만들 수 있다. 잔디 위에서 함께 걷는 사람들, 그들의 말 한마디, 눈빛, 매너가 한 골프장의 ‘품격’을 결정한다. 스코어카드에는 안 남지만 마음속에는 오래 남는 라운드로 기억되는 그 중심에 추로지향의 정신이 있다.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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