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파민 – 파죽지세(破竹之勢)의 순간
도파민은 성공의 순간을 전율로 바꿔준다. 드라이버 샷이 페어웨이에 쭉 뻗어나가는 순간에 뇌 속에서는 파죽지세(破竹之勢)의 에너지가 솟아오른다. 퍼트가 예상대로 떨어질 때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쁨이 몰려온다. 그러나 도파민은 늘 즐겁지만은 않다. 파3 홀에서 버디를 잡은 직후 다음 홀에서 OB 두 방으로 트리플 보기를 기록한다면 방금 전의 도파민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 순간 골퍼의 마음은 일희일비(一喜一悲), 즉 기쁨과 슬픔을 오가는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된다.
세로토닌은 골프장의 또 다른 지휘자다. 샷이 원하는 대로 가지 않아도, 동반자와 함께 걷고 담소를 나누며 느끼는 평온이 바로 세로토닌의 힘이다. 스코어카드에 보기와 더블보기가 줄을 이어도, 시원한 바람과 푸른 그린을 바라보며 안분지족(安分知足)을 되새기면 마음은 가라앉는다. 특히 황혼 무렵 코스에 깔린 바람과 달빛은 청풍명월(淸風明月) 그 자체다. 골프는 성적표보다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 진짜 본질임을 알려준다.
두 신경전달물질의 줄다리기
골프는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줄다리기다. 도파민이 과하면 들뜨고,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작은 실수에도 짜증이 난다. 결국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다루는 것이야말로 골프의 묘미다. 고대의 지혜는 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승불교(勝不驕), 패불내(敗不餒). 이기더라도 교만하지 않고, 지더라도 낙심하지 않는 태도. 도파민의 환희와 세로토닌의 평정이 어울릴 때, 비로소 라운드는 인생의 축소판이 된다.
인생과 골프, 그리고 이중주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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