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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557] 북한에서 왜 ‘만경대상 전국체육대회’라고 말할까

2025-09-27 06:08:36

 북한의 전국체전인 만경대상 체육대회 시상식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의 전국체전인 만경대상 체육대회 시상식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의 ‘만경대상 전국체육경기대회’는 남한의 ‘전국체전’과 비슷한 종합체육대회이다. 북한 최대의 종합체육대회로 매년 4월, 평양 김일성 경기장을 비롯한 여러 경기장에서 전국의 체육단, 대학팀, 군 체육단 등이 총출동해 축구·농구·배구·탁구·수영 등 20여 종목의 경기가 벌어진다.

만경대상 전국체육경기대회는 ‘만경대상(萬景臺賞)’과 ‘전국체육경기대회’가 합쳐진 말이다. ‘만경대상’은 김일성의 고향인 만경대를 기념해 수여하는 상이라는 의미이다. 전국체육경기대회는 전국적인 종합경기라는 뜻이다.

 김일성 고향인 만경대 유적지를 찾은 북한 청소년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일성 고향인 만경대 유적지를 찾은 북한 청소년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만경대는 ‘온갖 경치가 한눈에 펼쳐지는 높은 대(臺)’라는 의미이다.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있는 언덕 이름으로, 북한은 이곳을 김일성의 출생지이자 항일혁명 가계의 발상지로 선전하고 있다. 원래 평양의 명승지로,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평양 8경’ 중 하나로 꼽혔다. 해방 후 ‘혁명의 성지’로 격상되면서 김일성 우상화의 상징 지명이 됐다. ‘상(賞)’은 한자어로 ‘상줄 상’을 쓰는데, 영어 ‘트로피·컵’에 해당하는 말이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상’이라는 말을 더 선호한다. (본 코너 102회 ‘왜 ‘트로피(Trophy)’라 말할까‘ 참조)

김일성의 고향인 만경대를 상징하는 이 행사는 김일성 탄생일인 태양절(4월 15일)을 기념하기 위해 1970년대 초 정례화됐다. 우리나라 언론은 1980년대부터 만경대상 전국체육경기대회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경향신문 1981년 4월 11일자 ‘萬景臺賞(만경대상) 체육대회’ 기사는 ‘북괴는 지난 9일 평양체육관에서 부주속 박성철 체육위원장과 김유순 등과 각도시체육선수단이 참가한 가운데 이른바 ’만경대‘ 상 체육경기대회 개막식을 가졌다고 북괴방송들이 10일 보도했다’고 내외통신 발로 전했다.

이 대회는 정치적 상징이 짙게 깔려 있다. 경기장 곳곳에 내걸린 구호는 선수들의 체력과 기술을 넘어 ‘혁명의 열정’을 겨룬다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북한 언론은 매년 “만경대의 태양을 받드는 체육축전”이라 칭하며 수령을 향한 충성과 단결을 호소한다. 1980년대 후반까지는 중국, 몽골 등 사회주의권 초청 경기 병행했다. 최근에는 해외동포·재일조선인 선수 초청전으로 국제적 외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 대회는 스포츠 경쟁을 통한 ‘국민 체력 단련’뿐 아니라 김일성 혁명 전통의 계승·충성심 고취가 본질적 목적이며, 지금도 북한 체육정책의 상징적 행사로 자리잡고 있다. 비록 정치·문화적 함의를 지닌 명칭이지만 만경대상 체육대회는 북한 체육인들에게 최고의 무대이기도 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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