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야구장에 나타난 북한 전력 분석원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218052922020175e8e9410871751248331.jpg&nmt=19)
원래 세이프(safe), 아웃(out) 같은 용어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식 발음으로 굳어진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야구 용어의 상당수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식 영어 발음으로 들어왔다.
영어 ‘safe’ 어원은 ‘다치지 않은’, ‘온전한’, ‘무사한’, ‘구조된’이라는 의미인 라틴어 ‘salvus’이다. 프랑스 고어를 거쳐 1066년 노르만 정복 이후 영어로 들어오며 지금의 형태가 됐다. 미국 야구에서 19세기부터 주자가 베이스에 무사히 도달했을 때, 태그나 포스아웃이라는 위험을 피했을 때 등에 이 말을 사용했다.
북한에서 사용하는 ‘안전’은 영어 ‘safe’를 직역한 것이다. 이 직역은 우연이 아니다. 해방 이후 북한은 스포츠 용어 전반에서 외래어, 특히 영어와 일본식 발음을 제거하려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 ‘특히 북한에서 사용하는 안전은 단순한 판정 구호가 아니라 주자의 상태를 설명하는 말이다. 남한에서 ‘세이프’가 순간적인 외침이라면, 북한의 ‘안전’은 결과에 대한 서술이다. “주자가 안전되였다”는 표현은, 그가 아웃이라는 위험에서 벗어나 경기 속에 계속 살아 있음을 뜻한다. 반대로 아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경기에서의 탈락, 곧 배제의 상태로 이해된다. 야구의 규칙이 언어를 통해 생존과 탈락의 이야기로 재구성되는 셈이다.
안전이라는 단어가 북한 사회의 어휘 환경과 잘 어울린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 담론에서 안전은 일상적인 핵심어다. 작업 안전, 국가 안전, 인민의 생명과 안전 등 이 단어는 체제 유지와 직결된 가치로 반복된다. 이런 언어 환경 속에서 “주자가 안전하다”는 말은 규칙 설명을 넘어, 체제 언어와 자연스럽게 호응한다. 야구 용어조차 사회주의적 어휘 체계 안에서 재배치된 것이다. (본 코너 1600회 ‘사회주의 관점으로 본 북한 스포츠 언어’ 참조)
결국 북한 야구의 안전은 단순한 번역어가 아니다. 그것은 외래어를 배제하려는 언어 정책의 산물이며, 식민지 경험과 거리를 두려는 의지의 표현이고, 나아가 스포츠를 체제 언어 속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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