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 ‘strike’ 어원은 고대 영어 ‘strican’으로 본래 뜻은 “치다, 때리다”였다. 오늘날에도 s‘trike a match(성냥을 켜다)’, ‘lightning strike(번개가 내리치다)’처럼 강한 작용을 의미한다. 야구에서도 이 어원은 그대로 살아 있다. 스트라이크란 결국 타자가 ‘쳐야 할’ 공, 혹은 칠 수 있었던 기회를 가리킨다. 헛스윙이 스트라이크로 기록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을 치지 못했지만, ‘칠 기회’는 주어졌다는 판단이다.
1845년 야구 초창기, 타자가 공을 ‘쳐야 할 기회’라는 개념이 중요했다. 그래서 공을 쳤는데 헛스윙하는 것과 쳐야 할 좋은 공을 치지 않을 때, 스트라이크라는 개념을 적용했다. 은행원 출신 알렉산더 카트라이트는 헛 스윙을 세 번하면 아웃되는 규정을 처음으로 제정했다. 실력없는 타자들 때문에 경기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위한 조항이었다. 1858년 심판들은 칠 수 있는 공을 고의적으로 스윙을 하지않는 선수에게 경고와 함께 스트라이크를 선언하기 시작했다. 1871년부터는 스트라이크존이 등장했다. 타자가 투수에게 두 개의 존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쪽을 지정할 수 있었다. 허리부터 무릎 사이를 통과하는 낮은 코스와 허리부터 어깨높이의 높은 코스였다. 타자가 요구한대로 들어오지 않는 공은 ‘볼(ball)’로 선언했다. 타자의 요구대로 투수가 던지는 경기방식은 1887년 폐지됐다. 이후는 현재와 같은 유사한 형태의 스트라이크존이 등장했다. 허리와 무릎 사이의 일정한 공간을 지나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 그렇지 않은 공은 볼로 선언했다. (본 코너 201회 ‘왜 스트라이크(Strike), 볼(Ball)이라고 말할까’ 참조)
북한 야구에서 스트라이크는 ‘정확한 공’이라 부른다. 이는 단순한 언어 차이를 넘어선 흥미로운 대비를 보여준다. 북한 야구에서 중요한 것은 투수가 규칙에 맞게 정확히 던졌는가다.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면 그것은 ‘정확한 공’이고, 벗어났다면 ‘부정확한 공’이다. 이 언어는 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규범에의 적합성을 묻는다.
여기에는 북한 특유의 언어 정책도 작용한다. 외래어를 음역해 쓰기보다는, 기능과 의미를 풀어 설명하는 순화어를 선호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정확하다’는 말에는 기술적 의미와 함께 가치 판단이 담겨 있다. 옳고 바르며 규칙에 맞는 행위라는 평가가, 판정 용어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본 코너 1600회 '사회주의 관점으로 본 북한 스포츠 언어' 참조)
결국 스트라이크와 ‘정확한 공’의 차이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영어권 야구는 “칠 수 있었는가”를 묻고, 북한식 야구 언어는 “제대로 던졌는가”를 묻는다. 같은 판정을 두고도 시선은 타자에서 투수로, 가능성에서 규범으로 이동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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