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press’ 어원은 ‘누르다, 압력을 가하다’라는 의미인 라틴어 ‘’premere’이며, 고대 프랑스어 ‘presser’와 중세 영어 ‘pressen’을 거쳐 현대 영어로 변형됐다. 이 말은 중세 이후 ‘글자를 종이에 눌러 찍는 압력’이라는 원래 뜻이 확장돼 신문사, 출판·보도 기관이라는 말로 쓰였다. 축구 용어 ‘press’는 ‘상대를 강하게 눌러 움직임을 제한한다’는 라틴어 원형의 의미가 거의 그대로 유지된 형태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1960년대 이후 일본 축구의 영향을 받아 이 말을 사용했다. 일본에서는 ‘press’를 ‘프레싱(プレッシング), ’프레스(プレス) 등과 함께 ‘압박(圧迫, あっぱく)이라는 한자어로도 번역했다. 한국은 이 용례를 받아들이면서 자연스럽게 ‘압박 수비’라는 표현이 정착됐다.
북한에서 체육은 단지 운동이나 오락이 아니라, 집단 규율과 국가적 가치를 구현하는 장이었다. 실제로 북한은 체육을 “국방과 직결되는 활동”으로 보았고, 군사적 수사(言辭)를 스포츠에 자주 응용했다. 이런 배경에서 ‘방어수’, ‘달라붙기방어’, ‘벌차기’ 같은 명칭은 단순한 기술 명칭이라기보다, 투쟁, 방어, 국방이라는 이미지를 담고 있다. 북한 축구는 단순한 경기 그 이상으로 체제와 집단의 결속, 인민의 규율성을 보여주는 상징이었고, 그 언어 역시 그러한 의미를 내포한 것이다. 따라서 ‘달라붙기방어’라는 표현은 단지 언어 순화의 결과일 뿐 아니라, 북한 스포츠 문화의 이념과 세계관이 반영된 용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본 코너 1551회 ‘북한에선 왜 ‘스포츠’ 대신 ‘체육’이라는 말을 많이 쓸까‘ 참조)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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