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북한-베트남 여자배구 친선 경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206044958082045e8e9410871751248331.jpg&nmt=19)
‘퀵’은 일본배구가 만들어 낸 공격기술이다. 서구 선수들에 비해 키가 작은 일본 선수들은 상대의 높은 블로킹 벽을 뚫기위해서 특별한 공격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많은 노력 끝에 퀵이라는 배구 기술에서 가장 경쟁적인 공격 전략을 만들어냈다. 배구 종목이 처음으로 채택된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강호 소련을 꺾고 우승한 일본여자배구에 이어 남자배구는 1972년 뮌헨올림픽에 대비해, 비장의 공격기술인 퀵을 처음 선보이며 정상에 올랐다. (본 코너 461회 ‘일본배구가 만든 '퀵(Quick)'이 세계배구의 주요 공격 기술이 된 이유’ 참조)
한국에서 쓰는 퀵오픈은 영어권에서 흔한 공식 용어가 아닌 일본식 영어이다. 일본어로는 ‘쿠잇쿠 오픈(クイック・オープン)’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언론은 1960년대부터 일본의 영향을 받아 퀵오픈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경향신문 1966년 4월11일자 ‘제3회배구 우수팀리그 観戦評(관전평)’ 기사는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 대비해 한국 선수들의 돌파구로 ‘퀵플레이’에 주력할 것을 주문했다.
북한 배구에선 퀵오픈을 ‘속공’이라 부른다. 한자어로 ‘빠를 속(速)’과 ‘칠 공(攻)’을 써서 빠르게 공격한다는 뜻이다. 속이라는 말은 속(速)’은 본래 퀵(quick)이 담고 있는 시간적 압박의 의미를 그대로 담는다. 이는 “블로킹 조직보다 먼저 공을 처리한다”는 퀵오픈의 정수를 그대로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속도로 이기는 공격이라는 뜻은 북한 배구의 많은 지도자와 해설자에게는 직관적인 전술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은 국제 교류가 제한적인 환경 속에서 기술의 본질을 우리말로 번역해 받아들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중요한 것은 단어 자체가 아니라 전술의 이해와 실행을 하기 위한 명명법이다. 세터의 빠른 토스, 중앙 공격수의 속공, 블로킹보다 먼저 공격하는 전략이라는 공통된 전술적 목표를 갖는다. 남북한은 서로 다른 이름을 붙였을 뿐, 그 기술적 본질은 같다. 다만 이름의 차이가 선수와 코치가 전술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영어식 명칭에 익숙한 한국과 달리, 북한은 우리말 자체에 전술 이미지를 담아 일관된 언어 체계로 설명하고자 한다.
같은 전술이라도 어떤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 교육 방식, 커뮤니케이션 방식, 전술 이해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 속공이라는 표현은 기술을 우리말로 풀어낸 하나의 사례이며, 스포츠가 단순한 기술 전수가 아니라 언어와 문화가 함께 작동하는 현장임을 보여 준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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