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용어인 ‘슬램 덩크(Dunk)’는 빠트린다는 의미인 ‘덩크’가 붙어 공중에서 림에 꽂는 슛을 의미한다. (본 코너 385회 ‘슬램덩크(Slam Dunk)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참조) 골프, 테니스 등에서 한 선수가 한 해에 4대 타이틀 경기에서 모두 우승하는 일 또는 야구에서 만루 홈런을 치는 일을 의미하는 ‘그랜드(Grand) 슬램’은 ‘큰, 웅대한’이라는 뜻을 가진 ‘Grand’를 ‘슬램’ 앞에 붙인 것이다. 주요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로 적합한 조어라고 여겨진다.
영어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그랜드 슬램의 어원은 원래 카드놀이인 브리지게임에서 패 13장 전부를 따는 ‘압승’을 뜻하는 용어에서 나왔다고 1814년 찰스 존스의 게임 책인 ‘Hoyle's Games Improved’에서 설명했다. 그랜드 슬램은 특별하고 강력하다는 의미로 다른 종목에서 널리 쓰였다. 폴 딕슨의 야구사전에는 미국야구에선 1929년 그랜드 슬램을 만루홈런이나 한 번에 많은 득점을 올리는 뜻으로 사용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골프에선 1930년 미국의 바비 존스가 브리티시 오픈, US오픈, 브리티시 및 US 아마추어 등 4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하면서 처음으로 그랜드 슬램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테니스에선 1938년 미국의 돈 버지(1915-2000)가 4대 메이저대회 윔블던, 프랑스, 호주, US오픈에서 모두 우승을 하면서 이 말을 쓰기 시작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우리나라 언론은 그랜드 슬럼이라는 말을 1960년대 후반부터 야구, 테니스, 골프 등에서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본 코너 86회 ‘왜 골프에서 ‘그랜드 슬램(Grand Slam)’이라고 말할까‘, 904회 ’테니스에서 왜 ‘그랜드 슬램(Grand Slam)’이라고 말할까‘, 1198회 ’양궁에서 왜 ‘그랜드슬램’이라 말할까‘ 참조)
‘Slam’은 스칸디나비아어에서 유래됐다. 중세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랜드어 ‘Slamra’를 거쳐 1600년대 후반부터 영어로 들어왔다. 미국 폴 딕슨 야구사전에는 스포츠 용어로 미국 야구에서 ‘슬램’이라는 말이 1897년부터 강한 힘으로 치는 것을 의미했다고 설명돼 있다. 미국 야구에선 만루홈런을 뜻하는 ‘그랜드 슬램’을 줄여서 ‘슬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레슬링에서 ‘슬램’이라는 말은 쓰게 된 것은 1900년대 이후로 추정된다.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레슬링은 1905년 세계레슬링연맹이 창립된 이후 본격적인 국제화를 추진했다. 국제적인 경기 용어가 만들어졌던 것도 이 무렵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슬램’이라는 용어도 야구, 테니스 등에서 쓰는 단어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레슬링 경기에서 관중들은 화끈한 슬램이 성공할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열광한다. 상대방을 공중으로 띄워 무릎으로 내리치는 기술을 보며 레슬링의 참 맛을 느끼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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