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796] 왜 ‘강호(强豪)’라고 말할까

김학수 기자| 승인 2022-09-09 08:30
김국영은 한국남자육상 단거리 강호이다. 사진은 2019년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남자일반부 100M 결승 경기에서 김국영(광주광역시)이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국영은 한국남자육상 단거리 강호이다. 사진은 2019년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남자일반부 100M 결승 경기에서 김국영(광주광역시)이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스포츠에서 많이 쓰는 ‘강호(强豪)’라는 말은 당초 일본식 한자어로 만들어졌다. ‘강할 강(强)’과 ‘호걸 호(豪)’자를 써서 세력이 강하여 대적하기 힘든 상대라는 뜻이다. 아주 강한 팀이나 선수를 말할 때 강호라는 말을 사용한다.

메이지시대 이후 서양문화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인 일본에선 강호라는 말은 영어 ‘Powerhouse’, ‘Powerful player’, ‘Veteran’ 등의 번역어로 만들었다고 한다. ‘Powerhouse’는 유력한 조직, 원동력을 뜻하는 단어이다. 구어적 표현으로 강력한 선수나 팀을 나타낸다. ‘Soccer powerhouse’는 축구 최강팀을 이를 때 쓰는 말이다.
강적이라는 말은 일본식 한자어이기는 하지만 한국과 중국 등에서도 오래전부터 사용해왔다. 조선왕조실록에서 강적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태종실록에서 영조실록까지 모두 12건이 나온다. 조선왕조실록에서 강호라는 말은 힘이 세고 강하지만 부정한 일을 하는 자를 이르는 단어로 쓰였다. 태종실록 9권(1405년) ‘칭간 칭척자에게 토지를 주어 생업을 돕자는 사헌부의 상소문’에는 ‘강호(强豪)한 무리들이 그 전지(田地)를 다투어 점령하고, 아울러 간(干) 등의 경작하던 전지를 빼앗으며, 그들의 집도 또한 모두 빼앗아 점령하니 간(干) 등이 생업(生業)을 잃어 원통하고 억울함을 펴지 못하오니’라고 쓰여있다. 칭간(稱干)은 옛날 천인 신분(賤人身分)으로 천직(賤職)에 종사하던 사람를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1930년대부터 강호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1930년 5월31일자 ‘각종경기(各種竸技) 백열전(白熱戰)’ 기사는 ‘극동대회제칠일(極東大會第七日)은쾌청(快晴)으로각종경기(各種競技)가백열화(白熱化)하엿고수상경기(水上競技)가더욱흥미(興味)가잇섯다일중축구전(日中蹴球戰)은대접전(大接戰)의결과동점(結果同點)이되고수상경기(水上竸技)는백미배영(百米背泳)에편산겸길군(片山兼吉君)이기록보지자입강임부군(記錄保持者入江稔夫君)을파(破)하야신기록(新記錄)을짓고오십미자유형(五十米自由型)은신진고교군(新進高橋君)이강호고석군(强豪高石君)을떠러틔려일본극동신기은(日本極東新記銀)을지엇다’고 전했다.

해방이후 강호라는 말은 스포츠기사에서 즐겨 쓰는 단어가 됐다. 육상,수영,체조 등 기본 종목은 물론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인기 구기종목 등에서 강력한 경기력을 갖춘 팀이나 선수에게 강호라는 말로 붙여 사용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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